고 최진실씨 유골함 탈취 40대 용의자 검거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범행은 치밀… 동기는 황당
묘역부근서 8차례 통화 확인
“최씨가 꿈에서 꺼내달라 했다”
유골 회수… 진위 계속 수사

탤런트 고 최진실 씨의 유골함 도난범이 사건 발생(4일) 21일 만에 검거됐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용의자 박모 씨(41)를 25일 오후 11시 10분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자택에서 검거해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1일 오후 10시 41분부터 2일 오전 3시 8분까지 양평군 양수리 갑산공원묘원 내 최 씨 납골묘를 사전답사한 후 4일 오후 9시 58분∼10시 58분 손망치로 분묘를 깨고 유골함을 훔쳤다. 5일 오전 3시 36분 다시 묘역에 와 물걸레로 묘분을 닦아 증거를 인멸한 후 차량을 이용해 도주했다. 이후 박 씨는 최 씨 이름이 새겨진 유골함은 깨뜨려 대구시내 앞산공원 산책로에 묻었고 유골은 싱크대 제작용 목재로 만든 유골함에 넣어 방안에 보관해 왔다. 경찰은 최 씨 유골을 회수해 최 씨의 어머니인 정옥숙 씨(63)에게 넘겨줬다.

○ CCTV와 주민 제보로 검거

박 씨 검거에는 폐쇄회로(CC)TV와 제보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경찰은 수사에 진척이 없자 박 씨의 도난 시도, 사전답사 모습 등 갑산공원묘원 내 최 씨 묘역 부근에 설치된 CCTV 녹화장면을 공개했다. CCTV 영상에는 박 씨가 연한 회색 조끼와 얼룩무늬 군복 바지를 입고 묘역 주변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나온다. 자신의 포터 트럭으로 도주하던 경로에 설치된 양평 검문소, 홍천 도로 CCTV에도 이 모습이 찍혔다.

또 언론에 공개된 박 씨의 모습은 지인이라면 쉽게 알아볼 수 있었고 박 씨가 사는 상인동 주민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경찰은 이동전화 기지국을 조사해 대구에 사는 박 씨가 연고지가 없는 양평에서 8차례 휴대전화로 통화한 사실을 확인해 검거했다.

○ 주민들 “평소 신들린 듯해”

박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최진실이 꿈에 나타나 ‘납골묘가 답답하다. 나를 빼내 흙에 묻어 달라’고 했다. 또 최진실의 혼이 내 몸에 들어와 ‘다음에 태어나면 부부로 살자’고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최 씨의 열성 팬은 아니다.

박 씨는 상인동의 재래시장 상가 건물 2층에 있는 허름한 임대주택에서 지내 왔다. 싱크대 설치 일을 하고 있으며 부인(40)과 아들 2명(7, 10세)이 있는 평범한 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박 씨는 자택에서 향불을 피우고 목탁을 치고 동네에서 혼자 큰 소리로 떠드는 등 3년 전부터 신기(神氣)가 있는 모습을 보였다. 집에 신당(神堂)도 차렸다. 주민 박모 씨(54)는 “박 씨의 집에서 가끔 향을 태우는 냄새와 함께 목탁 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씨가 정신질환 병력은 없지만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등 추가수사 뒤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 씨가 횡설수설하고 있지만 수법이 치밀해 공범이 있는지 조사 중”이라며 “DNA 감식으로 유골의 유전자 확인이 불가능한 만큼 최 씨 유골인지를 검증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유골함을 가지고 있다”며 공원묘원 측에 전화를 걸어 거액을 요구하다 붙잡힌 정모 씨(40)에 대해 구속영장을 이날 신청했다.

○ 박 씨, 어떻게 처벌받나?

박 씨에게는 형법상의 ‘사체영득(領得·무단으로 들고 감)죄’와 ‘특수절도죄’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형법에서는 사체와 유골 등을 훼손하거나 숨기고 가져가면 7년 이하의 징역, 야간에 시설물의 일부를 훼손하고 침입해 타인의 재물을 훔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법조계는 이 두 가지 죄가 모두 인정되면 박 씨가 최대 15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분묘를 파헤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봉안묘에서 유골함을 가져간 사건은 처음이어서 재판 결과에 따라 새로운 판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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