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미국 차 협회 고문 김윤희 씨

  • 입력 2009년 8월 28일 02시 59분


《“차(Tea)에 미쳐 세계를 돌아다니는 이색 경력의 재미교포 2세가 있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면 한 시간 정도로는 모자랄걸요.”

7월 중순 취재원으로 알고 지내던 정동수 KOTRA 인베스트코리아 단장이 전화를 걸어와 대뜸 한 소리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으로 클린턴 행정부 시절 상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뒤 귀국해 KOTRA에서 한국 투자 촉진을 위해 일하는 ‘이색 경력’의 그가 ‘특이한 사람’라고 추천한 이는 과연 누굴까.》

윤선도 14대손이 고모부… “녹차와 함께 다도 알려야”

비가 쏟아지던 7월 마지막 주 목요일 김윤희 씨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이뤄졌다. 약속 장소는 서울 중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고급 차를 주로 다룬다는 ‘전문가’인 그의 ‘대중적 찻집’에 대한 반응은 예상 외로 호의적이었다.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해요. 커피 외에 다양한 차들을 ‘대중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니까요.”

그는 미국 명문 여대인 스미스 칼리지 졸업 후 한인들의 미국 내 권익과 영향력 확립을 위해 1983년 설립된 한미연합회(Korean American Coalition)의 최초 여성 회장을 비롯해 피트 윌슨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보좌관 등으로도 활동했다. 조선시대 시조시인의 일인자로 평가 받는 고산 윤선도의 14대손 윤형식 씨가 그의 고모부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종손인 윤 씨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전라남도 해남 연동리에 위치한 고산의 녹우당(綠雨堂·사적 제167호) 고택을 찾는다. 1962년생으로 아홉 살 때 도미해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낸 그가 한국어를 잊지 않고 ‘김윤희’라는 한국 이름을 고집하며 ‘한국 차와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뛰는 것은 그 같은 배경도 한몫을 했다. 그리고 어느새 ‘차’는 취미가 아닌 그의 커리어가 됐다.

“15년 전쯤이었을 거예요. 문득 한인사회를 위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정책 관련 일을 하는 것이나 차를 모토로 정신적 교감과 평안함을 간구하는 이들을 돕는 것이나 모두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후 그는 자비를 들여 세계 유명 다원과 차 재배지를 찾아다니며 차를 공부했고 최근 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인근 작은 도시인 엔시노에 한국 차 문화 재단(Korean Tea Culture Foundation)을 설립했다. 누구든 신청만 하면 한국 다도에 대한 강연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다. 비영리단체인 미국 차 협회(US Tea Associations) 고문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한국 차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이나 평가는 아직도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20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차 문화국이지만 북미권에 차를 수출하는 한국 업체나 미국 내 마케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차 협회 산하 다도 문화 교육기관인 ‘티 인스티튜트(Tea Institute)’의 강사로도 활동해온 그는 “그러나 최근 3년간 한국 녹차 등이 조금씩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산차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차에 대한 관심과 호응이 뜨거울 때일수록 한국 차의 우수성을 알리기에는 최적기라는 ‘사명감’도 부쩍 느낀다.

“지금 세계는 특히 북미권을 중심으로 차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추적 소비세대인 베이비부머들이 녹차 성분이 건강에 좋다는 의학적 연구결과에 관심을 갖고 ‘RTD(Ready To Drink)’와 같이 간편한 병 음료로도 소개되면서 수요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KOTRA에 따르면 전 세계 차 제조 회사들은 북미를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장으로 꼽고 있다. 최근 20년간 미국 내 녹차 시장 규모만 2000만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급팽창했다. 캐나다 역시 차는 커피, 우유, 물 다음으로 선호되는 음료로 각광받고 있다.

그는 “최근 티 인스티튜트에도 한국 다도 강좌가 별도로 개설되고 세계 최대 규모인 차 박람회(Tea Expo)에 참여하는 한국 차 업체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한국의 차 맛을 본 전문가들은 세계 최상급 수준이라며 격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녹차 중 현재 한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03%에 불과합니다. 차는 그 나라의 음식과 문화 예절 역사까지도 함께 아우를 수 있지만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이기도 합니다. ‘고급 한국 차’를 브랜드화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한다면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 고급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봅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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