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7년만의 신작
1995년 가스테러 ‘옴 진리교’ 바탕
신흥종교 비밀 감칠맛 나게 풀어
‘해변의 카프카’ 이후 7년 만의 신작, 선인세 논란 등으로 출간 전부터 떠들썩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1Q84가 국내에 상륙했다.
여러 면에서 하루키 작품의 미덕에 충실한 작품이다. 현대 도시적 감수성과 개인주의적 생활방식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개성 뚜렷한 등장인물들은 일상과 일탈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시선을 잡는다. 작가는 그들 모두가 품고 있는 불가사의한 과거의 상처들과 실타래처럼 엮인 비밀들을 감칠맛 나게 풀어간다.
작품의 배경은 1984년 도쿄. 현실 세계와 비현실적인 세계를 오가는 등장인물들이 있다. 30세가 된 아오마메는 현실세계에서는 평범한 독신녀에 헬스클럽 트레이너로 일한다. 지나치게 검소한 생활습관을 갖고 있으며 강박에 가까울 만큼 철저하게 몸을 관리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자유분방한 외출을 즐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킬러라는 또 다른 직업이 있다. 아오마메는 뇌의 특정 부분에 날카로운 바늘을 찔러 넣어 심장발작으로 사람을 죽인다.
이 일에는 나름의 대의가 있다. 아오마메는 여성들을 무자비하게 학대해 온, 죽어 마땅한 ‘쥐새끼’ 같은 남자들만 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저세상에 보내 버리는 일이 물건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듯 간단한 일일 수는 없다. 그녀는 이렇게 완전히 다른 두 세계를 오가며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러던 중 교리를 핑계로 아동을 무자비하게 성폭행하는 한 신흥종교의 교주를 없애 달라는 위험한 의뢰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 문단, 독자들을 속이는 한 판의 사기극이 꾸며진다. 덴고는 불길함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공기 번데기’의 묘한 힘에 사로잡혀 그 작품을 소녀 대신 퇴고해 준다. 하지만 후카에리를 알게 되면서 그는 단순히 기발한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던 작품 내용이 소녀가 어떤 종교 공동체에서 직접 겪은 기괴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오마메와 마찬가지로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한 신흥종교와 관련된 일이다.
주인공인 아오마메와 덴고는 초등학교 동창이다. 열 살 이후로는 따로 본 적도, 만난 적도 없이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던 이 두 사람이 이러한 각자의 사정으로 한 사이비 종교에 깊숙이 얽혀 들게 된다. 작품 속에서 폭력과 성적 학대, 범죄 행위를 일삼는 베일에 가린 사이비 종교는 실제 1995년 일본에서 지하철 가스테러를 저질렀던 ‘옴 진리교’ 사건을 토대로 삼았다.
현실 세계의 질서들이 붕괴된 이교도의 그로테스크한 비밀에 연루되면서 이들의 삶 역시 흔들리게 된다. 살인과 음모, 폭행과 성적 학대…. 초현실적인 사건들이 공공연히 벌어지는 이 세계가 과연 법과 질서, 규칙이란 현실 법칙에 의해 유지되는 곳인지 소설은 질문을 던진다. ‘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이 일그러지면서, 이들에게 ‘1984년’은 거대한 물음표로 잠긴 ‘1Q(Question)84’가 된다. 일본어에서 숫자 9는 알파벳 Q와 발음이 같다. 2권은 9월 초 발간될 예정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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