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러시아 출신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환상소설. 기묘한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남자 주인공을 통해 예술가의 사회적 고립을 풍자한 작품이다. 작가 자신이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작품’으로 이 소설을 꼽았다고 한다.
주인공 친친나트는 ‘투명하지 않다’는 납득하기 힘든 죄로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창작에 취미가 있는 그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알고자 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한다. 감옥 안에서는 그런 욕구가 발현될 가능성이 차단돼 있다. 홀로 갇힌 감옥에서 간수와 소장은 끝없는 광대 짓으로 그를 희롱하기에 바쁘며 주변의 모든 것이 연극적이다. 창작욕을 가진 주인공과 대비되는 인물이 사형집행인인 피에르다. 주인공은 사형집행일을 맞아 단두대에 올라가고 나서야 이런 불가해한 상황과 피에르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예술과 시간에 대한 다양한 은유가 엮여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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