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건축 공간을 만들어낼 방법을 고민한 서울건축인회의(SA)의 ‘자연과의 협업’ 작품 전시회가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50점의 전시 작품은 30여 명의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대만 건축가와 대학생들이 참여해 지난달 진행한 국제건축워크숍과 디자인공모전의 결과물이다. 세계적인 친환경 건축가인 말레이시아의 켄 양 박사, 유걸 하태석 아이아크 공동대표, 최문규 연세대 교수가 심사를 맡았다.
대상은 미국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남정민 씨의 ‘도시 농장, 도시 광장’이 차지했다. 고층건물 내부에 자급 농장을 마련하는 것은 최근 글로벌 건축계의 중요 이슈. 남 씨는 저층부에 농장을 두고 상층부에 주거와 사무 공간, 광장, 공원 등을 배치한 복합 고층건물을 제안했다. 상층부에서 모은 빗물이 정화기를 거쳐 농장에 사용되도록 했다.
특선작인 미국 코넬대 데이비드 마, 레이 아센시오 씨의 ‘한강 에코 군도’는 고깔 모양의 ‘생활 모듈’을 한강 위에 띄우는 디자인을 제안했다. 역시 특선을 받은 건국대 김정곤, 이상헌 씨는 ‘뉴 한옥’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이들은 “한옥의 형태적 특징을 따오는 데 그치지 말고 대청마루 자연환기 시스템 등 친환경적 기능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유종식, 이인근 씨는 도심에 세울 수 있는 친환경 소형 주거 모델을 출품했다. 독신자 주거 수요가 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벌집 모양을 본뜬 12m² 규모의 1인용 퍼블릭 하우징을 제안했다. 벌집 모양의 외벽에는 태양열 집열판과 환기구를 배치했다.
작품 심사를 주관한 켄 양 박사는 “앞으로 세워질 모든 건물은 에너지와 물질을 주변 자연 환경과 주고받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설계 디자인에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보면 건축의 공간 디자인 시스템이 지구의 자연 생태계와 안정적으로 통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 출품작 자료는 12월 책으로 묶어 출간할 예정이다. 워크숍과 전시회 디렉터를 맡은 하태석 아이아크 공동대표는 “건축물은 지구 에너지 소비의 40%를 차지한다”며 “자연 환기나 빗물 재활용 등 부분적인 기술에 쏠린 시각을 좀 더 전반적인 ‘기후 행동 디자인’으로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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