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最古 신라비석’은 판결문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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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발견 ‘중성리 碑’ 판독결과
재산분쟁 관련 내용 새겨져
441년 또는 501년 제작 추정

올해 5월 11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중성리의 한 도로공사 현장. 주민 김헌도 씨는 길가에 치워진 커다란 돌을 발견했다. 김 씨는 ‘돌의 한쪽 면이 평평해 집에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곧이어 자신의 집으로 돌을 옮겼다. 다음 날 비가 내리자 돌의 표면에서 한자가 보였다. 물로 닦아 보니 글씨가 줄줄이 나타났다. 심상치 않은 물건임을 직감한 김 씨는 5월 13일 포항시에 신고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신라비는 이렇게 발견됐다. 최대 높이 104cm, 최대 폭 49cm, 두께 12∼13cm, 무게 115kg. 한쪽 면에 203자의 한자를 음각으로 새겼다. 석비의 표면은 글자 대부분을 판독할 정도로 양호한 상태였다.

‘중성리 신라비’로 명명된 이 석비의 실체가 드러났다. 이 석비를 분석 중인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비문 판독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제작연대는 501년 또는 441년. 비문은 재산과 관련된 소송의 판결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신라비는 503년에 세운 영일 냉수리비(국보 264호)다. 냉수리 신라비도 포항에서 발견됐으며 재산분쟁에 관한 내용이 새겨져 있다.

비문은 ‘과거에 모단벌이란 사람의 재물을 다른 사람이 빼앗았는데 그 진상을 조사하고 진실을 밝혀내 본래의 주인에게 되돌려주며 앞으로 이에 대해선 재론을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

비문의 내용 해석에 이견은 없지만 제작연대와 관련해선 논란이 예상된다. 제작연대 추정의 단서는 비문 첫 대목에 나오는 신사(辛巳)라는 간지다. 비문 내용이나 표기법, 비문에 등장하는 관직명 등으로 보아 501년이나 441년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조사보고서 ‘포항 중성리 신라비’를 이날 발간하고 연구소 홈페이지(www.gcp.go.kr)를 통해 원문을 공개했다. 3일 오전 10시 경주보문단지 내 드림센터 대회의실에서 ‘중성리 신라비 발견 기념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연구소는 또 2∼9일 국립경주박물관 미술관 1층에서 중성리 신라비를 공개 전시한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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