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하면서도 예민한 오보에와 매끈하면서도 서늘한 느낌을 주는 클라리넷. 두꺼운 팬층을 확보한 중견 여성 목관 연주자 두 사람이 9월 서울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 무대를 특유의 음색으로 장식한다. 오보이스트 이윤정 씨(39)는 8일 오후 8시 오보에 리사이틀에서 뒤부아 ‘오보에와 피아노를 위한 변주곡’ 등을 연주한다. 클라리네티스트 계희정 씨(40)는 26일 오후 3시 ‘디케이드 4, 1930∼1939’라는 제목으로 경제공황기 유럽 문화계를 조명하는 리사이틀을 연다. 두 사람이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1년 만에 만나지만 꽤 오래된 것 같다’며 반가워했다.
―두 분이 서로 잘 아는 사이인가.
▽계희정=서울예고, 서울대 음대 1년 선후배 사이죠. 음악계에선 너무 흔해서 ‘관계의 고마움을 느끼기 힘든 관계’예요.(웃음)
▽이윤정=학교 때 목관 5중주 활동을 함께했어요. 트롬본을 전공한 제 남편이 희정 언니와 대학 동기이기도 하죠.
―이번 연주회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했는지….
▽계=지난해 6월, 20세기를 10년 단위로 정리하는 ‘디케이드’ 시리즈를 시작했어요. 이번이 네 번째죠. 1930년대는 경제공황과 파시즘으로 인류가 불안에 시달리면서 위안을 갈구했던 시기예요. 이 시기에 나온 힌데미트의 소나타 등으로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이=이제는 전공 학생층도 두꺼운 클라리넷과 달리 오보에는 지금이 팬층을 넓혀 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현대곡 위주로 프로그램을 꾸렸지만 무겁지 않은 소품들로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보에 하면 영화 ‘미션’이 떠오르는데….
▽이=사람의 마음을 잔잔하게 끌어내는 악기의 특징을 ‘미션’이 잘 표현한 것 같아요. ‘리드(입에 대고 부는 진동판)를 깎기 힘들다’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우리나라는 오보에 전공자가 적은 편이죠. ‘클라리넷과 비슷하게 생겼지만…’이라고 해야 힘들게 알아듣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미션’과 ‘베토벤 바이러스’ 덕택에 사람들이 비로소 오보에에 대해 알게 됐어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이순재 씨가 연주한 악기다’ 하면 알아듣죠.
▽계=클라리넷은 ‘아웃 오브 아프리카’로 알려진 것 같아요. 그런데 전 안 봤어요. 클라리넷이 어떻게 나올지 겁이 나서.
―말씀하신 것처럼 꽤 많은 사람이 두 악기를 헷갈리기도 하는데….
▽이=바로크 시대까지는 오보에가 목관의 ‘왕’이었어요. 클라리넷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악기였죠. 모차르트가 오케스트라에 클라리넷을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그 뒤로 두 악기는 매력을 겨루는 ‘라이벌’이 됐죠.
계 씨는 클라리넷 사이트 ‘아이 러브 클라리넷’(www.iloveclarinet.com) 회원 2000명을 중심으로 열성 팬을 거느리고 있다. 이 씨는 ‘오보에 애호층은 아직 클라리넷에 비할 바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공연기획사 스톰프뮤직 김정우 과장은 “2005년 음반 ‘프랑스 소나타집’을 발매한 이후 목관악기 솔리스트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는 ‘빅 카드’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8일 이윤정 오보에 리사이틀은 피아니스트 강지은 씨가, 26일 계희정 ‘디케이드 4’는 피아니스트 문정재 씨가 반주한다. 2만2000∼3만3000원. 02-2658-3546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동아일보 유윤종 기자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