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이 다시 ‘현대 연극의 메카’를 꿈꾼다.
6월 개관한 남산예술센터가 2009년 시즌 공연 프로그램을 2일 발표했다. 남산예술센터의 전신은 1962년 문을 연 남산드라마센터. 변변한 공연장이 없던 1970, 80년대 한국 연극 부흥의 산실이었지만 1990년대 들어 쇠락의 길을 걸은 뒤 주로 서울예대의 수업 공간으로 쓰였다. 비어 있거나 낡은 건물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서울시의 ‘창작 공간 조성사업’에 따라 리모델링을 거쳐 남산예술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남산예술센터는 창작 초연을 중심으로 한 현대 연극 제작 무대로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다. 위탁운영을 맡은 서울문화재단의 안호상 대표이사는 “극장이라는 하드웨어가 연극이라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상주예술가제도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시작하는 이번 시즌에는 ‘상실과 구원’이라는 테마로 현대인의 쓸쓸한 자화상을 그린 신작 초연을 잇달아 선보인다. 남산예술센터 이병훈 예술감독은 “2009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풍경에서 ‘방향성을 잃었으나 희망을 찾는’ 상반된 모습을 살펴 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개막작인 ‘오늘, 손님 오신다’는 세 사람의 연출가와 세 사람의 작가가 마련한 공동창작 프로젝트. 고선웅 연출은 “‘오늘, 인간, 도시’라는 화두로 주상복합건물과 쓰레기 분리수거장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극단 골목길의 ‘바다거북의 꿈’은 어머니가 죽고 나서야 섬으로 돌아온 아들과 그가 데려다 놓고 한 번도 돌보지 않은 딸을 중심으로 우울한 일상과 그 속에 숨은 희망을 찾는 가족극이다.
‘페스티벌 장(場)’은 1997년 신진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열린 ‘젊은 문화축제 장(場)’을 12년 만에 부활한 것. 신체극 ‘허기진 휴식’, 무용과 영상을 결합한 ‘다녀오세요, 구두가 말했습니다’, 연극과 영상이 합친 ‘더 블루’, 한일합작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등 실험적인 무대와 장르 융합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무대에 올린다.
선비 1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1589년 기축옥사를 그린 ‘길삼봉뎐’, 대한제국 비운의 황족 이우의 실화를 극화한 ‘운현궁 오라버니’, 그룹 ‘장기하와 얼굴들’의 드라마 콘서트 ‘정말 별일 없었는지’도 공연된다. 02-758-2150, www.NSArtsCent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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