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스포츠와 함께 하는 포토 트레킹]섬진강 옥정호

  • 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5분


새벽 물안개와 붕어섬
노출대비 참 까다롭네

《물을 가두어두려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 물고기를 기르려는 것이 아니다

그 위에

산을 드리우고 하늘을 드리우고

한 시절을 풍미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갇혀서 아우성치는 것들에게

오래오래 숨죽여 온 것들에게

힘겨웠던 과거보다도

꿈같은 미래보다도

스스로 출렁이고 싶어 하는 잔잔한 물살의 춤을

그 영원한 현재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다만 그것뿐이다

<박남희의 ‘저수지의 마음’ 전문>》

저수지는 눈물 가득한 ‘우멍 눈’이다. 산과 산 사이 움펑한 눈물샘이다. 참고 기다리다 마침내 터져버리는 설움보따리이다. 저수지는 촐랑대지 않는다. 나부대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기다릴 뿐이다. 크고 작은 도랑물 소리 모두 끌어안고, 가슴속 저 밑바닥에 홍어처럼 푹푹 삭힌다. 그러다가 ‘장마철 수문 열면 탱탱 불은 슬픔들 터져 나온다.’(김평엽 ‘금광 저수지’)

옥정호는 섬진강 상류에 있는 인공호수이다. 전북 임실군 운암면에서 정읍시 산내면에 걸쳐 있다. 정읍시와 김제시에 수돗물을 공급해 주는가 하면, 호남평야의 목을 축여준다. 수력발전으로 전기도 만든다. 물을 가득 담으면 4억3000만 t이나 된다.

진안 마이산 데미샘에서 시작된 섬진 강물이 임실군 강진면 옥정리에서 막힌다. 그 댐이 1965년에 만든 섬진강다목적댐이다. 이로 인해 1926년 일제강점기 때 세운 운암댐은 그 기능을 잃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이 아이들을 가르쳤던 덕치초등학교는 댐으로부터 8km, 마암분교는 16km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다.

옥정호는 새벽 물안개가 으뜸이다. 사우나 수증기처럼 자욱하다. 몽환적이다. 그 사이로 언뜻언뜻 푸른 호수물이 보인다. 호수 가운데엔 메뚜기 이마빡만 한 외안날 섬이 있다. 안팎으로 구불구불 영락없는 금붕어 모양이다. 카메라맨들은 그냥 ‘붕어섬’이라고 부른다. 사진작가들은 대부분 국사봉 전망대에서 앵글을 맞춘다. 붕어섬이 물안개 사이로 금방이라도 펄쩍 뛰어오를 듯한 사진을 꿈꾼다. 하지만 월척 낚기가 어디 쉬운가.

회사원 김정아 씨(30)는 “옥정호에서 노출을 못 맞춰 애를 먹었다. 산허리를 허리띠처럼 두르고 있는 구름바다와 그 아래 붕어섬의 노출 대비가 가장 어려웠다. 한쪽이 마음에 들게 나왔다 싶으면, 다른 한쪽이 죽어버렸다”고 말했다.

붕어섬에는 3가구 5명의 주민이 산다. 팔순 할아버지 한 분은 고추농사를 지으며 혼자 산다. 40대 초반 귀농 부부도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 또 한 가구는 종교인 부부다. 장을 보러 뭍으로 나올 땐 작은 배를 이용한다. 붕어섬은 작은 왕국이다.

국사봉 전망대에서는 붕어섬과 옥정호가 한눈에 잘 보인다. 하지만 그곳에서 찍는 사진은 어슷비슷하다. 구도가 거의 똑같다. 다른 앵글을 잡으려는 사람들은 국사봉 전망대에서 국사봉(475m)을 거쳐 오봉산 정상(513.2m)으로 자리를 옮긴다. 주차장∼국사봉 0.59km, 국사봉∼오봉산 1.52km. 오봉산에선 붕어섬 꼬리가 정면으로 보인다. 꼬리가 옆에서 보였던 전망대 앵글과 완전히 다르다. 감칠맛이 난다.

요즘 옥정호는 온통 녹색 물빛이다. 옥정호(玉井湖) 뜻 그대로 ‘진한 옥색 물’이 되었다. 날씨가 더워져 물이끼 같은 것들이 번식해서 이뤄진 녹조현상 탓이다. 날씨가 선선해져야 비로소 사라지기 시작한다. 녹조현상이 심해지면 햇살이 물속까지 미치지 못한다. 물고기들이 산소부족으로 떼죽음을 당하는 이유다.

옥정호는 겨울이 되면 바닥을 드러낸다. 아침 햇살에 빛나던 물비늘이 사라지고, 물오리들도 보이지 않는다. 밑바닥은 농부의 손바닥처럼 쩍쩍 갈라진다. 할머니의 말라비틀어진 빈 젖처럼 쪼그라진다. 늙은 저수지는 새벽마다 마른 기침소리를 낸다. 돌아올 새 봄, 또다시 수많은 슬픔을 담기 위해 뼛속까지 게워낸다.

전주에서 하룻밤 묵고 새벽에 옥정호를 찾은 이라면 시간이 한참 남아돈다. 전주 한옥마을을 찬찬히 살피거나 김제 금산사와 귀신사를 찾아볼 기회다. 절집은 전주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금산사는 미륵부처의 땅이다. 미륵전(국보 제62호)이 바로 그 중심에 있다. 미륵은 한자로 가득찰 미(彌), 짤 륵(勒)을 쓴다. 하늘과 땅에 도가 가득 차도록 전 우주생명이 하나가 되는 세상을 말한다. 미륵전은 겉에서 보면 팔작지붕의 3층 건물이지만 안에서 보면 통 층이다.

금산사는 모악산 품 안에 있다. 계룡산이 신선이나 단군 관련 신흥종교가 대부분이라면, 모악산은 미륵신앙의 보금자리이다. 주위에는 수많은 미륵 관련 신흥종교들이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미륵의 나라, 미륵의 세상을 꿈꾼다.

회사원 남기권 씨(40)는 “풍경을 주로 찍는데 본격 출사에 나선 것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 모자라는 점이 많아서 일단 구도 맞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엔 모악산 금산사 작은 돌탑이나 울퉁불퉁한 돌부처처럼, 볼품은 없지만 사람 냄새 나는 것들에 초점을 맞춰봤다”고 말했다.

회사원 권오영 씨(29)는 “난 디지털이 아닌 필름카메라이기 때문에 찍을 때마다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전주 한옥마을의 골목길이 정겨웠다. 그리 넓지 않은데도 답답하지 않고 마음에 다가왔다. 김제 귀신사와 금산사에선 사진기보다는 마음의 렌즈로 절집의 한갓진 분위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모악산 자락은 에너지가 철철 넘치는 땅이다. 혁명아 정여립(1546∼1589)은 월명암 아래에 터를 잡고 살면서 대동계를 만들었다. 강증산(1871∼1909)은 구릿골에 광제국을 차려놓고 절망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했다. 녹두장군 전봉준(1855∼1895)은 그 아래 감곡 황새마을에서 감수성 많은 유년시절 대부분을 보냈다. 훗날 그의 오른팔이 됐던 동학의 금구접주 김덕명과 태인접주 손화중도 바로 그 시절에 사귄 동무들이었다.

가을엔 눈이 맑아진다. 카메라 앵글도 덩달아 차분해진다. 각지고 날선 시선들이 둥글어진다. 가을 산은 조금씩 수척해진다. 강물은 담담하게 흐른다. 절집 뒤란에선 맑은 대숲바람소리가 들린다. 붉은 해가 서산에 걸린다.

‘저 노을 좀 봐./저 노을 좀 봐.//누가 서녘 하늘에 불을 붙였나./그래도 이승이 그리워/저승 가다가 불을 지폈나.//이것 좀 봐./이것 좀 봐.//내 가슴 서편 쪽에도/불이 붙었다.’

<조태일의‘노을’중에서>김화성전문기자mars@donga.com

|트레킹 정보|

◇교통 ▽승용차=서울∼호남고속도로∼전주 나들목(동부우회도로)∼남원 방면 국도 17호선∼사선대관광지∼옥정호 ▽고속버스=동서울터미널∼임실(임실에서 강진행 직행버스)∼강진터미널에서 운암대교행 버스∼운암대교 하차, 서울∼호남고속도로∼전주∼전주에서 옥정호행 시내버스(30분 간격)

◇숙박=전주에서 옥정호까지는 40여 km. 승용차로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전주에서 하룻밤 묵으며 움직이는 게 편리하다. 유명한 전주한정식이나 비빔밥 콩나물국밥을 맛볼 수 있으며, 한옥마을에서 묵고 새벽에 옥정호로 떠나도 된다. 전주한옥마을 한옥 민박집. 전주한옥생활체험관(063-287-6300), 학인당(063-284-9929), 양사재(063-282-4959), 동락원(063-287-2040), 아세헌(063-287-1677)

◇음식 ▽전주콩나물국밥=현대옥 063-228-0020, 왱이집 063-287-6980, 삼백집 063-284-2227 ▽전주비빔밥=성미당 063-284-6595, 가족회관 063-284-2884, 고궁 063-251-3211 ▽전주한정식=백번집 063-286-0100, 수구정 063-284-3432, 송정원 063-283-7663

● 10월 포토 트레킹(민둥산 억새출사) 신청하세요

코오롱스포츠와 함께 떠나는 26기 포토트레킹은 강원도 정선 민둥산에서 진행됩니다. 8월 27일부터 9월 21일까지 코오롱스포츠 홈페이지→베이스캠프(Base Camp)→포토트레킹(Photo Trekking) 코너를 통해 자신이 찍은 사진과 가고 싶은 사연을 응모해주세요. 최종 15명을 선정해 포토트레킹을 떠납니다.

민둥산 억새 포토트레킹은 10월 10일부터 11일까지 1박 2일간 진행되며 당첨자는 9월 23일 발표합니다. 코오롱스포츠 홈페이지 www.kolonsport.com, 전화 02-3677-8886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