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칫솔이 치질 치료하는 도구?

  • 입력 2009년 9월 5일 02시 51분


◇신문물검역소/강지영 지음/309쪽·1만 원·시작

17세기 조선 제주도. 새로운 서양의 문물을 기록하고 그 쓰임을 알아내는 ‘신문물검역소’의 소장으로 함복배가 부임한다. 며칠 뒤 벨테브레라는 이름의 서양인이 제주로 표류해온다. 함복배는 그에게 박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검역소 일을 함께 꾸려 나가기 시작한다.

낯선 인물들의 등장은 평화롭던 제주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박연의 등장에 이어 서울에서는 송일영이라는 선비가 내려온다. 제주에서 처녀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있던 상황. 그의 봇짐에서 피 묻은 칼이 발견된다. 송일영을 범인으로 의심하고 쫓던 함복배는 그가 어사라는 사실을 알고 낙심하지만 송일영의 의심스러운 행적은 이어진다. 함복배의 연정을 모른 체하는 강단 있는 양반집 규수 연지, 주색잡기에 능한 망나니지만 몸이 날랜 검역소 관리 한섭, 제주 최고 기생집의 주인이자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확실치 않은 의문의 인물 기연수 등 조선 후기의 변화상을 반영하듯 다채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여자 속옷을 두고는 서양 벼슬아치가 사용하던 관모라고 추측하고, 칫솔을 보고는 치질을 치료하는 도구라고 보고하는 등 엉뚱한 유머가 곳곳에서 양념처럼 튀어나온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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