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창의력 죽이는 사회

  • 입력 2009년 9월 8일 17시 07분


'개미', '뇌', '신' 등의 작품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48)가 7일 고려대 학생을 상대로 '창의력'에 대한 강연을 했습니다. 열여섯 살부터 아침마다 4시간씩 글 쓰는 습관을 들였다는 그는 "상상력이라는 것도 습관과 훈련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며 창의성의 첫째 요건으로 '규칙적 생활'을 꼽았습니다.

얼핏 보면 규칙적 생활과 창의력은 배치되는 것 같습니다만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이 창의력의 원천임을 많은 작가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마라톤을 합니다. 작가 김탁환은 매일 오전 무조건 5시간은 쓰는 '소설 노동자'를 자처합니다. 써내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인 스릴러작가 스티븐 킹은 생각이 안 떠오르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언제나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는다고 합니다.

베르베르는 또 어떤 제약에서든 벗어날 줄 아는 자유로움을 창의성의 둘째 요건으로 꼽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창의성을 훈련하고 창의력을 발휘하기가 참 어려운 사회입니다. 편 가르기와 쏠림현상이 심하고 유교문화의 잔재 때문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도 창의성 붐이 일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창의시정을 내걸고 있고, 교육과학기술부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실상은 딴판입니다. 외국대학들은 한국 유학생이 유달리 창의성이 떨어진다고 말하고 기업에선 대학생들이 영어점수 등 스펙은 좋아도 창의력과 사고력을 떨어진다고 목소리가 나옵니다.

학자들은 창의성은 무의식에서 비롯되며 타고나는 자질이며 소수 영재에게만 나타난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이라고 합니다. 창의성은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출현만이 아니라 행위를 포함하는 개념이며 그 행위가 발생하는 사회문화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양극화가 심해지는 사회에서 창의적 인재가 되라는 사회적 압력은 모순입니다. 내편, 네 편을 나누어 서로 헐뜯는 사회에서 창의적 생각, 독창적 사고가 나오길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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