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쑥날쑥 한문번역 기준 필요”

  • 입력 2009년 9월 1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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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학회 창립주도 송재소 교수
“중의적 해석 등 이론적 근거 마련”

“뜻을 풀어서 번역할 것인지 주석을 다는 형식으로 처리할 것인지, 한시의 한 구절을 한 줄로 번역할 것인지 여러 줄로 번역할 것인지, 한문 고전을 한글로 번역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이제는 정리할 때가 됐습니다.”

25일 한국고전번역학회가 창립한다. 한문의 한글 번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의 기준을 정하고 이론적 근거에 입각해 정교한 번역을 이끌어 내기 위한 첫걸음이다. 학회 창립을 주도한 송재소 연세대 석좌교수(사진)는 10일 “최근 들어 고전 번역이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한문 번역에 대한 기준이 없어 번역자 개개인의 개성에 의존해 번역이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옛 용어를 살리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대표적인 경우다. 예컨대 중귀(中貴)라는 단어를 번역할 때 어떤 번역가는 뜻만 풀어서 ‘궁중과 연결이 있는 권세가’로 번역하고 다른 번역가는 주석을 다는 형식으로 원래 단어를 살리는 방식을 택하는 실정이다.

송 교수는 “한시를 번역할 때 시의 한 구를 한 줄로 옮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재창작에 가까울 정도로 여러 행으로 풀어내는 경우도 있다”며 “한문을 번역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외형적인 기준은 물론 중의적 해석이 많은 한문의 해석 방법에 관한 연구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번역도 해본 송 교수는 “한문은 중의적 해석이 많은 데다가 수많은 인명과 지명, 인용문이 등장하기 때문에 외국어 번역보다 서너 배는 힘들다”며 “원로 한문학자들의 지혜를 빌리기 점점 힘들어지는 지금이 한문 번역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튼튼히 해 둘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고전번역학회 창립에는 한문학자와 역사학자, 미술사학자, 음악사학자, 고전번역가 등 7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학회는 11월에는 첫 학술대회를 열고, 학술지 발간과 우수 고전 번역에 대한 평가 및 시상 사업도 할 계획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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