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하면 역시 프랑스다. 특히 보르도, 부르고뉴 지역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포도 경작지로 ‘와인의 고향’이라 불린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 올랐던 최고급 와인 ‘샤토 라투르’도 이곳에서 빚었다.
90년 뒤에는 이런 프랑스 와인을 맛보기 어려울지 모른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방출되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최대 6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보르도, 부르고뉴 지역이 포도를 재배하기에 더는 알맞은 땅이 아니란 뜻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4일 ‘지구온난화가 프랑스 와인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내며 “2100년 북반구에서는 지금보다 1000km 북쪽으로 이동한 북위 60도 지역에서 포도를 재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의 위치는 북위 48도. 그린피스의 예상이 맞는다면 90년 후에는 프랑스 대신 노르웨이나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 빚은 와인이 최고의 와인으로 꼽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와인은 기온 외에도 강수량, 토양성분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곳에서 만든 와인이 지금의 프랑스 와인과 같은 맛을 낼지는 미지수다.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에 나왔던 세계적인 와인의 맛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지구온난화는 프랑스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매년 프랑스 와인 생산량은 60억 L로 18만9000명이 와인 생산에 종사한다. 와인을 수출해 2007년에만 94억 유로(약 16조8260억 원)를 벌어들였다. 지구온난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수만 명이 직업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신세계 와인’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호주나 칠레 와인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 와인은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일컫는다. 그린피스는 “남반구에서는 주로 남위 35도 지역에 있는 칠레 호주 등에서 포도를 재배하지만 2100년에는 남위 50도는 돼야 경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호주에서 나타나는 물 부족 현상과 대규모 가뭄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미국 유타주립대 수계과학과의 마이클 화이트 교수도 2006년 4월 미국과학원회보(PNAS)에 “21세기 말이면 나파밸리를 비롯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포도 생산지가 81%나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미란 영동대 와인발효식품학과 교수(마스터 소믈리에)는 “기온이 올라 포도가 빠르게 영글면 와인은 향이 적고 맛의 깊이가 떨어진다”며 “지구온난화는 와인에 위협요인”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칠레산 와인 ‘몬테스 알파’를 종종 마신다는 이영은 씨(27)는 “부드럽고 달콤한 칠레산 와인을 마시지 못하게 된다면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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