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고은, 시인의 임무를 말하다

  • 입력 2009년 9월 12일 02시 55분


작품 -인생관 담은 산문집 출간

◇오늘도 걷는다/고은 지음/239쪽·1만 원·신원문화사

‘아 백지의 에로스!/그렇더라. 백지의 유혹은 어떤 유혹도 능가했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빈 종이가 내뿜는 유혹에 몸을 맡기는 고은 시인의 산문집이다. 자신의 작품세계에 관한 사색부터 인생관, 통일관까지 담아냈다.

총 4부로 구성된 산문집 곳곳에는 한국 사회에 대한 시인의 성찰이 드러난다. 국회의사당을 “삿대질하고 멱살잡이하는 무기수 수용소”로 표현하고, “사이버 공간이 현실의 존엄성을 좌우한다”고 비판한다.

“시인이란 이제 시와 시인만의 존재가 아니라, 이제까지 있어온 몇천 년 동안의 ‘인간’의 그 마지막을 지켜내는 큰 임무가 숨겨져 있는 존재라고 믿고 있네.”

2부 ‘시를 부르면서’에는 자신의 시 세계에 대한 고찰과 이육사의 ‘광야’ 등 자신이 아끼고 좋아하는 시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3부 ‘이 땅에서의 꿈’에서는 “통일은…우리 자신에게는 하나의 완성”이라며 통일 문제에 대한 시인다운 생각을 담았다.

책 말미에서 ‘결코 변치 않으리라, 만 가지로 변하는 세상 가운데’라는 백범 김구의 말을 고쳐 인용해 “결코 변하지 않으리라. 만 번 죽는 세상이라 한들”이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온 시인의 면모를 실감할 수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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