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년 커플의 잔잔하면서도 유쾌한 멜로가 안방극장에서 인기 소재로 각광받으면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20대 남녀의 불같은 사랑과 삼각관계를 단골 소재로 선택했던 드라마들이 최근에는 40대 중년은 물론 60, 70대의 사랑으로 눈길을 돌리며 새로운 소재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덕분에 그동안 주인공의 부모 혹은 직장 상사로 등장했던 중견 배우들의 멜로 연기가 이색적인 재미를 만든다.
안방극장의 대표 중견배우인 이순재와 김자옥은 MBC 일일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극본 이영철·연출 김병욱)에서 연인으로 만났다. 이순재는 아내를 여읜 70대 중소기업 사장, 김자옥은 독신생활을 고집해온 60대 고등학교 교감. 뒤늦게 찾아온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커플로 나선 둘은 빈 교실에서 밀회를 즐기고 노래방에서 세레나데를 부른다. 앞선 시트콤 출연작인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 순재’란 별명을 얻었던 이순재는 황혼 멜로에 힘입어 방송 일주일 만에 ‘멜로 순재’란 별명을 얻었다. 김병욱 PD 역시 “젊은층의 사랑과는 다른 멜로로 웃음을 만들 것”이라고 공언해 시청자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연출 의도에 따라 둘의 연애 장면에는 스턴트맨의 고난도 대역 연기가 자주 등장한다. 밀애 장면이 들킬 위기에 처한 이순재가 3층 높이의 건물에서 뛰어내리는가 하면 장대높이뛰기도 한다.
이들의 뒤를 이어 최불암도 노년의 로맨스에 빠진다. SBS 주말드라마 ‘스타일’ 후속으로 26일 시작하는 ‘그대 웃어요’(극본 문희정·연출 이태곤)에서 최불암은 사랑으로 속이 타는 70대 노인 강순재로 나선다. 그의 파트너는 오랜 공백기를 보내고 최근 연기자로 돌아온 정소녀다.
이순재와 김자옥의 사랑이 ‘재혼’을 목표로 한다면 최불암과 정소녀는 ‘연애’가 목적이다. 평생 강직한 성품을 지키며 운전기사로 일해 온 최불암은 바람기가 다분한 정소녀에게 첫 눈에 반해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는다. 이를 통해 최불암은 멜로는 물론 코미디 연기에도 도전한다.
‘그대 웃어요’는 지난해 40대 멜로드라마로 화제를 일으킨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을 함께 만든 문희정 작가와 이태곤 PD가 다시 한 번 손을 잡은 작품. 때문에 ‘그대 웃어요’ 제작진은 최불암과 정소녀가 펼칠 멜로의 하모니를 기대하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맨 땅에 헤딩’(극본 김솔지·연출 박성수)에도 40대의 사랑이 ‘감초’로 삽입됐다. 연기파 배우 강신일과 이승신이 그 주인공이다. 축구감독과 축구단 홍보팀장으로 분한 둘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도 감정을 키운다. 이들은 20대 주인공인 정윤호·아라와 연륜이 다른 사랑을 선보이며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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