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500여 명의 바둑 팬이 광장에 놓인 바둑판 앞에서 한창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한쪽에선 한국으로 바둑 유학을 온 외국인 20여 명이 릴레이 바둑을 둔 뒤 각국 언어로 해설하는 이색 이벤트가 열렸다. 프로기사 14명은 100명의 아마추어를 상대로 한 지도다면기를 펼쳤고 아마 고수급인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 50여 명은 끊임없이 시민들과 바둑을 뒀다. 이 행사는 ‘서울시민과 함께하는 바둑축제’. 주최 측인 명지대는 이날 총 20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아마 바둑대회가 단순히 승부를 가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바둑 팬들이 즐기는 축제로 바뀌고 있다. 최근 열렸거나 9∼11월 잇달아 열리는 아마 바둑대회에서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8월 결선대회를 치른 대한생명배 어린이바둑대회에선 대회 외에 ‘바둑 퀴즈, 골든벨을 울려라’ ‘바둑과 빙고의 만남’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26일 열릴 경기 수원시장배 전국 아마바둑대회에선 바둑판 만들기 시범, 기훈(棋訓) 쓰기 행사와 같은 부대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강원 태백시에서 열리는 배달바둑한마당은 프로기사 2명을 초청해 태백산 정상에서 속기바둑을 두는 이벤트를 펼칠 예정이다. 지난해엔 이창호 유창혁 9단이 참가했다. 참가자를 특정한 이색 대회도 있다. 김인 9단의 고향인 전남 강진군은 60세 이상의 국내외 바둑 팬을 아우르는 ‘김인 국수배 국제 시니어바둑대회’를 11월 20일 연다.
바둑대회의 변화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행사의 일환으로 바둑대회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해도 전국 규모의 아마 대회는 10여 개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최강자들만 대상으로 하는 대회가 대부분이어서 일반 팬들을 위한 잔치는 거의 없었다. 지자체들이 최근 앞 다투어 바둑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이유는 비용에 비해 홍보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회를 위해 특별한 시설을 갖춘 장소가 필요하지 않고 바둑판 외에 따로 준비할 게 없으며 5000만 원 안팎의 비용으로 1, 2일 만에 끝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어린이 여성 청장년 노인 등 여러 계층을 아우를 수 있고 전국에서 500∼1000명이 찾기 때문에 지자체 홍보 효과가 적지 않다는 매력도 있다. 10월 23일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국무총리배처럼 규모가 큰 대회는 지자체들이 서로 유치하기 위해 1년 전부터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내년 개최지는 경남 창원시로 결정됐다.
8월 제2회 노사초배 전국바둑대회를 열었던 경남 함양군의 박영진 문화관광과 계장은 “선수 임원 등 1000여 명이 1박 2일 대회를 치르면 숙박, 기념품 구입 같은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다”며 “내년엔 프로기전 도전기를 함께 유치하고 대회 규모도 키우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바둑대회를 주관하는 대한바둑협회 심우상 국장은 “아마 대회가 점차 축제 형식으로 변하면서 대회 참가 인원도 지난해보다 10∼15% 늘었다”며 “유명 기사의 고향이나 바둑과 인연이 있는 지자체는 거의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독일서 한국주최 아마대회
한편 유럽에서 한국이 주최하는 아마추어 바둑대회가 열린다. 바둑 용품을 판매하는 오로미디어는 10월 3, 4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유럽바둑협회 및 독일바둑협회와 함께 제1회 기도컵을 개최한다. 대회 총상금은 3000만 원으로 유럽 최대의 아마바둑대회인 ‘유럽바둑 콩그레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번 대회에는 백성호 9단과 독일에서 바둑 보급 활동을 하고 있는 윤영선 5단이 초청기사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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