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대문로2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전관과 9층 롯데갤러리에서 열리는 ‘유리조형의 거장, 데일 치훌리’전에서 만난 작품들이다. 치훌리 씨(68)는 ‘유리공예’를 ‘유리예술’로 확장시키며 국제적 명성을 얻은 미국의 유리조형가로 한국 전시에서 79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전시작 중 아름드리 통나무에 푸른 유리 기둥을 심어놓은 갈대 설치작품(에비뉴엘 1층 로비)과 벽을 커다란 유리 꽃잎으로 뒤덮은 페르시안 월 설치작품(9층 갤러리)이 눈길을 끈다. 장식성과 조형성이 조화를 이루며 자연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업이다. 실린더, 바스켓, 시폼, 마키아 등 그의 대표작 시리즈와 드로잉 컬렉션도 흥미롭다.
치훌리는 유리 조형물이 실제 식물과 어우러져 인상적 풍경을 연출하는 식물원 작업, 운하와 광장에 거대한 샹들리에를 걸어놓은 ‘치훌리 오버 베니스’ 등 유리 작품으로 대형작품을 즐겨 연출해왔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것은 1998년 라스베거스 벨라지오 호텔 로비에 설치된 ‘피오리 디 코모’. 우리나라 네티즌 사이에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살빠지는 그림(?)’으로 소문나 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등 전 세계 200여개 박물관에 작품이 소장된 그는 역경을 이긴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1972년엔 화재로 스튜디오가 전소됐다. 1976년 자동차 사고로 얼굴을 256바늘이나 꿰맸고, 왼쪽 눈은 실명해 검은 안대를 하고 다닌다. 1979년 보디 서핑을 하다 어깨가 탈골되면서 유리 직공의 일에서는 손을 놓게 된다. 이후 그는 작업팀을 이끄는 지휘자 겸 감독 역을 하고 있다.
갤러리 전시는 10월 15일까지, 에비뉴엘 전시는 31일까지. 작업과정을 보여주는 비디오도 꼭 챙겨볼 만하다. 02-726-4428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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