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5일 있었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내부에서 직접 겪은 부사장 로런스 맥도널드가 전문작가의 도움을 받아 금융위기의 진원지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한 책이다. 역사상 최대의 파산을, 냉동식품회사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리먼의 부사장까지 오른 자신의 인생 이야기 속에 담아냈다.
냉동 포크촙(폭찹) 판매로 영업능력을 증명한 저자는 닷컴 버블의 시기에는 채권을 평가하는 컨버트본드닷컴을 설립해 모건스탠리에 자신의 회사를 파는 수완을 보인다. 이 시기 저자는 채권 평가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금융인이었다. 저자는 모건스탠리를 거쳐 2004년 리먼과 운명적인 인연을 맺는다. 저자가 리먼 본사 3층에서 채권 거래 업무를 하고 있을 때 4층에서는 4년 뒤 세상을 흔드는 모기지팀이 일하고 있었다.
채권 거래를 통해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었지만 모기지팀의 수조 달러 앞에서는 초라한 실적이었다. 세계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모기지에는 허점이 많았지만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모기지 판매사원들은 대출을 받는 사람들의 상환능력을 따지지 않았고 애초부터 이에 대해 책임질 일도 없었다.
미국 주택시장은 대공황 이후 어떤 해에도 5% 이상 떨어진 적이 없었다는 믿음은 위험을 더 키웠다. 주택을 기반으로 한 부채담보부증권을 다른 투자기관에 팔아대며 리먼은 큰 수익을 냈다.
저자는 “중간 간부들이 과도한 차입에 대한 위험을 수차례 경고했지만 최고위 경영층인 리처드 풀드 회장과 조지프 그레고리 사장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증언한다. 특정 기업의 재무 구조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대량의 공매도라는 예리한 판단으로 수익을 올리는 냉정하고 똑똑한 두뇌들이 모기지의 수익 앞에서는 눈이 어두워졌던 것이다. 리먼은 모기지 판매회사까지 직접 운영할 정도였다.
리먼 파산이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진 제도적 원인은 1999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글래스-스티걸 법 폐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공황 이후 1933년 제정된 이 법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합병을 막아 투자은행이 예금자의 돈을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게 하면서 실패의 도미노가 확산되는 것을 예방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법이 폐기되면서 안전판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리먼 파산 직전 한국산업은행은 리먼 인수를 추진했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인수를 거부한 당사자는 한국 정부가 아니라 리먼의 회장 풀드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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