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31>無欲速하며 無見小利니 欲速則不達…

  • 입력 2009년 9월 21일 02시 56분


서두르면 일을 망치기 쉽다는 뜻의 欲速不達(욕속부달)이란 성어가 있다. ‘논어’ ‘子路(자로)’의 이 章에서 나왔다. 子夏(자하)가 魯(노)나라 거보(거父)란 곳의 읍재(邑宰)가 되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타이른 말이다. 程이(정이)는, 자하가 늘 작고 가까운 것만 보았기 때문에 공자가 그에게 요긴한 점을 들어 알려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래 정치의 태도에 대해 한 말이었지만, 欲速不達은 독서 학문의 태도, 인격의 수양, 일상생활의 작은 일에 이르기까지 널리 적용된다.

無는 ‘∼하지 말라’는 뜻의 금지사다. 見小利는 작은 이익만 보고 원대한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不達은 목표에 이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언해본은 ‘불달’로 읽었다. 不成은 完遂(완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奇大升(기대승)은 선조가 즉위 초에 여러 폐단을 한꺼번에 고치고 싶어 하자, “성상의 학문이 높아지고 경력이 오래되며 신하들도 착수하려고 마음먹게 된 뒤에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라면서 이런 비유를 들었다. “시골 서민이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집을 고치려고 하면, 반드시 뛰어난 목수를 얻고 좋은 재목을 구비하며 또 때를 기다린 뒤에야 고칠 수 있습니다. 뛰어난 목수도 없고 좋은 재목도 없거늘 오래된 집을 대뜸 철거한다면 수습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에서뿐이겠는가, 누구나 처음 뜻은 크지만 有終(유종)의 美(미)를 거두는 이는 적다. 欲速과 유사한 말은 등급을 껑충 뛰어넘는다는 뜻의 (렵,엽)等(엽등)이고, 상대되는 말은 숫돌로 갈 듯 차츰차츰 닦아나간다는 뜻의 漸磨(점마)다. 매사에 엽등하지 말고 점마하려고 해야 목표에 다가가고 큰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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