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三韓) 가운데 마한(馬韓)이 가장 크니 여러 나라가 함께 마한 사람을 진왕(辰王)으로 삼았고 목지국(目支國)에 도읍하여 삼한 땅의 왕으로 군림했다.”(중국 ‘후한서·後漢書’의 ‘동이열전·東夷列傳’에서)
기원전 3세기∼서기 4세기 중반, 경기 충청 전라지방에서 세력을 형성했던 마한. 54개 소국(小國) 연맹체였던 마한은 삼한 가운데 가장 강성했고 백제에 지대한 영향을 줬지만 그 실체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마한의 대표국이었던 목지국의 위치도 확실하지 않다.
마한의 유물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11월 29일까지 전북 전주시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김영원)에서 열리는 ‘마한, 숨쉬는 기록’. 국내 첫 마한 관련 전시다. 마한의 탄생부터 백제에 통합되기까지, 마한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유물 320여 점을 선보인다.
마한 진한 변한의 삼한시대는 청동기시대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면서 한반도의 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단계였다. 또한 삼국시대로 이어지는 시기(원삼국시대)로, 한반도의 고대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한 등 삼한에 대한 문헌사료는 절대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땅속에서 나오는 유물들이다. 특히 최근 들어 경기 충청 전라 지역에서 마한에 관한 중요한 유물이 잇따라 발굴되면서 마한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 같은 발굴 성과를 통해 마한의 진면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 전시는 4개의 주제로 이뤄진다. ‘마한, 그 시작’은 마한의 등장과 발전을 보여주는 유물들을 모았다. 각종 토기와 청동기 철기 등이 전시된다.
‘삼한의 으뜸, 마한’ 코너에선 마한의 특성과 지배구조를 보여주는 유물이 선보인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마한 지배세력의 우두머리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리자루 칼(환두대도)과 말 모양 허리띠고리. 제철기술의 발달과 함께 만들어진 고리자루칼은 마한시대 권력의 상징물이다. 말 모양 허리띠고리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고리자루칼이 마한 전역에서 출토되는 것과 달리 말 모양 허리띠고리는 충남 아산과 천안, 충북 청주 일대에서만 발견됐다. 이에 따라 목지국의 위치가 이 지역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마한, 삶과 신앙’은 새를 숭배했고 구슬을 귀히 여겼으며 현악기 연주를 즐겼던 마한 사람들의 일상과 내면을 보여주는 코너. 그들이 신성시했던 새와 오리 모양의 토기, 금보다 귀하게 여긴 구슬 장신구 등을 만난다. 구슬을 만드는 데 사용했던 거푸집, 광주 신창동 유적에서 발굴된 국내 최고(最古)의 현악기 등이 이채롭다.
‘백제 속의 마한’에서는 4세기 중반 이후 마한이 백제에 편입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6세기 중반까지 마한 문화를 유지했던 영산강 유역의 마한 유물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전남 나주 신촌리 9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은 영산강 유역의 마한 토착세력이 만든 것인지, 백제가 만들어 하사한 것인지 아직 불분명하지만 마한과 백제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유물이다. 옹관묘부터 백제식 석실분(돌방무덤)까지 아파트처럼 켜켜이 쌓여있는 나주 복암리 3호분은 마한 문화가 백제문화로 편입되어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귀중한 흔적이다. 063-220-1024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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