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 미국에서 통하려면 작가 자신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 입력 2009년 9월 23일 03시 00분


제나 존슨 美하코트출판사 편집장

제나 존슨 미국 하코트출판사 편집장(사진)은 소설가 김영하 씨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2007년)의 영문판 출간을 담당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김 씨의 ‘빛의 제국’도 출간할 예정이다. 한국문학 영어권 진출의 최전선에 선 편집자인 셈이다.

그가 한국문학번역원 주관으로 23, 24일 열리는 ‘제3회 세계번역가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존슨 편집장을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만났다. 그는 얼마 전 ‘빛의 제국’ 번역작업이 끝났다며 “최근 미국에서 남북한 관계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이 작품을 소개하기 좋은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처음 프랑스어 번역본으로 읽은 김 씨의 작품은 문체가 독특했고 현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도시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고립감과 소외를 잘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미국인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보편성에 한국인만의 관점과 독특함이 함께 나타나 흥미로웠다. 한국문학을 폭넓게 알지 못하지만 이런 점은 다른 한국작가들의 작품에서도 엿보이는 듯하다.”

―현지 반응은 어땠나.

“로스앤젤레스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 소개됐고 비평가들의 평도 좋았다. 유명 작가들이 잡지 기고문 등에 소설을 인용했으며 김 씨가 북 페스티벌 등 관련 행사에 직접 참석한 뒤에 인지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7500부 정도 판매됐는데 번역소설의 비중이 낮은 미국 출판계 특성이나 김 씨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크다.”

존슨 편집장은 “박찬욱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관객이 많이 몰리고 한국의 정치문화 이슈에 대한 관심도 늘면서 한국 문학작품의 성공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다른 한국작가의 책을 소개할 계획은 정해놓은 게 없다”고 말했다.

―편집자로서 어떤 작품을 번역 출판할 작품으로 선택하는지.

“한국작가만이 쓸 수 있는 고유한 문화를 다룬 것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김 씨의 작품을 선택한 것은 미국독자들이 관심을 갖는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추가로 출판할 수 있는 다른 작품들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미국에서도 오랜 출판경력을 쌓을 작가인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독자들에게 한국문학을 알리기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좋은 번역가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문화적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싶다. 한국에서 어떤 신작이 나오는지를 미국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소개하고 정보를 노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작가라면 현지 토론회, 인터뷰 등에 직접 참여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알리는 것도 좋다. 미국작가들도 기고와 평론, 문학행사 참여를 독자층을 늘리는 중요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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