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구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55)는 건축에 천착하는 사제다. 성공회에서 사제품을 받은 뒤 영국으로 건너가 버밍엄대에서 ‘건축으로 본 성공회 신학’이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최근 낸 ‘한국 교회건축과 기독교미술 탐사’(동연)에는 국적 불명의 국내 종교 건축과 미술에 대한 안타까운 성찰이 담겨 있다. 고딕, 로마네스크 등 서구 건축양식을 주체적 해석 없이 어설프게 모방한 교회 건물, 공간 미학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종교계 현실을 은근히 꼬집었다.
평평한 상가건물 옥상에 십자가 첨탑을 고집스레 세워 붙이는 한국 교회 건축에 대안이 있을까. 이 교수는 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설계한 서울 광진구 중곡동성당의 여백 공간, 인천 강화군 성공회성당이 도입한 한옥 양식 등을 해법의 모델로 제시했다.
“‘다양성 속의 일치’라는 게 과연 가능할까. 다양성 안에는 다양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일치시킬 수 있을지, 수십 년 경험해 본 사람은 알 수 있다. 서로 상처를 내지 않고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일치다. 억지로 권위적인 겉모습을 같게 하면 오히려 획일화로 흘러가기 쉽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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