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맡은 5명 유럽서 활동 “극에 맞는 최상의 배역 엄선”
유럽 하늘에 뜬 한국의 ‘별’들이 서울에 모였다. 국립오페라단이 26∼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도니체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주역 가수들이다. 유럽 최고의 오페라극장을 달궈온 30대 한국인 성악가 다섯 명이 팀을 이뤘다. 21일 연습을 앞두고 이들이 예술의 전당 앞 레스토랑에 모였다. 극 중의 ‘묘약’(실제 정체는 와인)도 한 모금씩 투약한 다섯 사람은 깔깔거리며 격의 없이 어울렸다.
―평소 잘 아는 사이처럼 보입니다.
정호윤: 저와 인성 형은 빈 국립오페라 극장 소속이니까 항상 만나고, 형규 형도 빈에 살아요. 저와 정기, 선혜 누나는 서울대 선후배고요. 그 밖에도 자주 서로 마주치게 돼요.
―네모리노 역은 더블캐스팅입니다. 정호윤 씨는 다소 무거운 역할도 소화하는 반면 조정기 씨는 다소 가벼운 ‘레제로’ 테너로 알고 있는데….
조정기: 전 로시니 오페라처럼 가벼운 목소리의 배역 위주죠. 더 가벼워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정: 저는 푸치니 ‘보엠’의 로돌포 역처럼 리릭(서정적인) 테너 영역까지 오가죠. 그런데 ‘사랑의 묘약’은 19세기 ‘벨칸토’ 오페라의 진수예요. 테너로서 기본기가 미흡하면 소화할 수 없는 배역입니다. 외국 진출 이후 처음 서는 고국 무대인데, 스케줄 때문에 고민했지만 작품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출연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서로의 노래를 평한다면….
조: 호윤 형의 노래는 특히 유연함에서 탁월하죠. 전 뻣뻣한 네모리노예요.
정: 천만에. 정기가 노래하는 건 대학 졸업 이후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발랄하면서 ‘한 방’이 있어요.
―임선혜 씨는 특히 바로크 음악 분야의 음반 팬이 많은데, 이번 같은 낭만주의 오페라에선 발성이 달라지나요.
임선혜: 발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요. 낭만주의 오페라에선 대신 프레이징(분절법)이 길어지죠. 바로크 음악은 비브라토(떨림)를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데, 전혀 안 쓸 순 없어요. 음색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수단이니까요.
―이 작품의 모든 배역이 미묘합니다. 남녀 주연을 제외해도 둘카마라는 사기꾼이지만 밉지 않고, 벨코레도 네모리노의 ‘적’이지만 악당이 아닌데….
심인성: 저는 미운 사기꾼을 표현하려고 하는 걸요. 빈에서는 심각한 둘카마라를 연기해 왔는데, 결국은 줄거리가 화해모드로 연결되니까 문제가 없죠.
정: 그렇게 얘기하면 재미없게 들려.(웃음) 둘카마라 역은 고음이 많아서 베이스가 소화하기 힘든 역인데, 빈에서 인성 형은 고음과 저음을 다 잘 내서 소문이 자자해요.
강형규: 저는 처음 국립오페라단 이소영 단장으로부터 벨코레 역을 제안받았을 때 ‘못한다’고 했어요. 다른 배역들이 강한 캐릭터라서 묻혀버리기 쉽거든요. 그런데 이 단장이 “어떤 벨코레를 원하느냐.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들어 보니 마음에 들었어요. 한마디로 로맨틱 가이죠. 힘이 있지만 애교도 부리는 군인이에요.
심: 그러고 보니 주요 배역이 해외 활동파로만 짜인 건 처음인 것 같네. 외국인도 안 부르고.
(옆에서 얘기를 듣기만 하던 이 단장이 화들짝 놀라며 ‘최상의 배역을 고른 거고, 국내파를 배제하려 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연출도 맡는 그는 ‘점프와 텀블링 같은 동적인 요소를 가미하고 전차와 항아리 등 오브제도 활용해 눈길 붙드는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공연은 26, 29, 30일 오후 7시 반, 27일 오후 4시. 1만∼10만 원. 02-586-5282
|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