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예쁜 얼굴 대신 스토리가 빛나는 화장품 광고

  • 입력 2009년 9월 25일 02시 51분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을 요즘 취재 현장에서 꽤 자주 듣는 편입니다. 일례가 한국관광공사이지요. 귀화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내 공공기관 기관장에 오른 독일인 출신의 이참 사장이 요즘 한국 관광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한국만의 정신세계와 문화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소개해야 한다고 자주 강조하고 있으니까요.

‘Story(이야기)’+‘Tell(말하다)’+‘ing(현재진행형)’, 이 세 요소로 구성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그러나 화장품 업계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마케팅의 한 기법입니다. 영원히 그 브랜드와 연결될 수 있는 일종의 ‘네버엔딩 브랜드 스토리’를 제품과 함께 파는 것이지요.

최근 들었던 재미난 사례가 바로 미국의 뉴트로지나 제품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이 회사의 제품에는 노르웨이 국기가 붙어 있는데 이는 ‘노르웨이 어부 스토리’라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위해서라는군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추위와 바람이 기나긴 겨울을 지배하는 나라, 노르웨이의 한 상인이 거친 바다 일로 거칠어진 어부들을 위해 만든 농축 핸드 레시피가 있었다는군요. 이 레시피는 1960년대 후반 당시 뉴트로지나의 회장이었던 로이드 코튼에게까지 전해져 뉴트로지나 노르웨이전 포뮬러 핸드크림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화장품 브랜드인 SK-II는 ‘양조장 스토리’로 유명하지요. 일본 교토대 야나기 박사는 양조장에서 일하는 늙은 조주사의 손이 눈에 띄게 희고 부드럽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원인이 ‘효모’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 ‘피테라’라는 성분이 함유된 SK-II 제품이 탄생했다는 이야깁니다.

해양심층수 화장품 브랜드인 ‘라 메르’는 실험 중 일어난 폭발로 얼굴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미 항공우주 물리학자 맥스 휴버 박사가 자기 피부를 고치기 위해 12년간 6000여 회의 실험 끝에 개발한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실제 예이츠 시인의 고향으로 아일랜드 슬라이고 근처의 로크길 호수 가운데 있는 작은 섬이라고 합니다. 예이츠의 시에서 힘들고 지칠 때 돌아가고 싶은 환상과 자유의 섬으로 상징된 이니스프리는 그 의미 그대로 자연을 담는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에 스토리를 입히는 이 같은 스토리텔링은 특정 유명인의 얼굴이나 인기를 업고 제품을 파는 ‘스타 마케팅’보다는 더욱 내실 있고 영구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도 연예인의 ‘얼굴’을 무기로 승부수를 던지는 국내 화장품 업계의 오래된 관행도 더욱 내실 있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으로 진화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정안 산업부 기자 j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