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택수]유네스코 첫 여성 사무총장 앞의 난제들

  • 입력 2009년 9월 26일 02시 56분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22일 개최된 제182차 집행이사회에서 이리나 보코바 주프랑스 불가리아 대사가 차기 유네스코 사무총장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당선 여부는 다음 달 본부에서 열리는 제35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전 회원국이 참여하는 가운데 투표로 최종 결정된다. 보코바 대사가 차기 사무총장으로 선출되면 유네스코 사상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 되어 4년간 조직을 이끌게 된다.

보코바 당선자는 출사표를 낸 9명 중 유력한 후보였던 이집트 문화부 장관 파루크 호스니 후보와 끝까지 경합을 벌였다. 보코바 당선자는 4차 투표에서 58개 집행이사국의 절반인 29개국의 지지표를 얻어 상대인 호스니 후보와 동률을 이뤘고, 5차 투표에서 2표를 더한 31표를 얻어 과반수 규정을 통과했다. 보코바 당선자가 성공한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으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선거 과정만큼이나 쉽지 않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선 본인의 약한 지지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22개국이 1차 투표부터 변함없이 호스니 후보를 지지하며 응집력을 보여준 반면, 보코바 후보는 8개국의 지지를 받은 1차 투표부터 근소한 차이로 상대후보를 따돌린 5차 투표에 이르기까지 확고한 지지층을 얻지는 못했다. 따라서 온화한 품성, 외교관으로서의 풍부한 경험, 겸양지덕을 통해 정서적인 우군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둘째, 지난 10년간 마쓰우라 고이치로 사무총장이 시도한 조직 개혁 노력의 긍정적 부분은 적극적으로 계승하고 부족한 부분은 좀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최근 마쓰우라 사무총장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조직 안팎에서 나오지만 인력의 과감한 축소 및 우선사업 중심의 인력 재배치, 결과에 근거한 조직운영 노력으로 얻은 성과는 높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보코바 당선자는 이런 개혁의 노력이 진정한 결실을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셋째, 유네스코의 열악한 재정 상태를 개선하는 일이다. 제182차 집행이사회는 사무국이 요청한 2010∼2011년 예산 6억7100만 달러를 6억5300만 달러로 삭감했다. 예산 증액 요청에 앞서 행정비용 축소와 예산의 효율적 집행으로 신뢰를 먼저 회복해야 한다는 회원국의 요구에 맞춰 유네스코를 ‘저비용 고효율’의 조직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민간부문을 포함한 다양한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비정규예산 확보에도 노력해야 한다. 한국과 같은 선발 개도국과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 개도국의 적극적인 기여를 끌어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세계적 경제위기를 비롯하여 식량 에너지 기후와 같이 인류 전체가 맞닥뜨린 문제에 대한 성찰과 유네스코의 사명에 대한 전문적이고 심도 깊은 논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유네스코 주요 정책에 반영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회원국이 보유한 세계적 지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제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네스코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회원국의 지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하는 일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이런 난제를 잘 해결하고 성공하는 보코바 사무총장을 보고 싶다. 그는 선거 유세차 두 차례나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일급 참모인 알렉산더 사보프 유네스코불가리아위원회 사무총장은 주한 불가리아 대사를 지낸 인물로 아리랑과 한국음식을 좋아한다고 자랑하곤 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보코바 당선자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하면서 무한한 축하를 보낸다.

―파리에서

전택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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