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사진 속 풍경으로 초대합니다.” 25일 오후 광주 동구 운림동 의재미술관. 무등산 계곡에 자리한 미술관에서는 2001년 개관 이후 가장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 제목은 ‘신낙균과 그의 시대’. 한국 사진의 선구자 6명의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사진전으로 신낙균선생기념사업회(회장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가 마련했다.
신낙균 선생(1899∼1955)은 동아일보 사진부장이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선수 사진을 게재하면서 가슴의 일장기를 지운 애국지사. 정부는 1990년 고인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신낙균선생기념사업회는 그의 민족정신을 기리기 위해 탄생 110주년을 맞아 7월 출범했다.
신낙균 선생의 손자인 신문영 명지전문대 교수(61)는 유족 인사말을 통해 “‘빛고을 광주’에서 빛을 이용한 예술 장르 중 하나인 사진전을 할아버지 이름으로 열게 돼 영광”이라며 “사진을 민족계몽의 수단으로 여겼던 할아버지 유업을 받들어 사진 교육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전시회는 근대 한국 사진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일종의 ‘한국 사진 역사전’이다. 전시회 주인공은 신 선생을 비롯해 민충식, 신칠현, 강대석, 문치장, 정해창 등 6명으로 1920, 1930년대 사진작가들이다.
신낙균 선생은 YMCA 사진과 교수로 취임해 후진들을 가르치면서 만든 ‘사진학 강의’, ‘재료약품학’, ‘채광학 대의’, ‘사진용술어집’ 등 최초의 사진학 교재를 편찬했다. 그의 초상 사진은 뛰어난 예술사진으로 평가받는다. 강대석, 문치장 선생은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로 활약하면서 화보사진의 전성기를 열었다.
김학준 기념사업회장은 “이분들은 일제 식민통치가 한창이던 시대 상황을 극복하고 자주적인 사진 문화를 모색했던 치열한 작가정신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6인의 1930년대 빈티지 사진과 유리 원판, 최초의 사진학 저술 원판 등을 만날 수 있다. 신낙균 선생이 1930년에 찍은 무용가 최승희의 초상과 문치장 선생이 1933년 서울 주요 지역을 항공 촬영한 작품도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조대연 광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는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상황과 사진술을 받아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주체적으로 사진을 수용하려 했던 작가들의 열망과 사진 경향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회 개막식에는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선우중호 광주과학기술원 원장, 장병완 호남대 총장, 허달재 의재문화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전시는 다음 달 18일까지 계속된다. 062-222-3040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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