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경계 허물기…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 입력 2009년 9월 29일 02시 58분


공예의 융합 및 통섭적 가치와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는 2009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선보인 얀 파브르의 유리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 아름다움과 폭력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사진 제공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공예의 융합 및 통섭적 가치와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는 2009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선보인 얀 파브르의 유리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 아름다움과 폭력의 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사진 제공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남 담양 소쇄원에서 받은 영감을 현대적 조형물로 표현한 건축사무소 ISAR의 작품. 사진 제공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남 담양 소쇄원에서 받은 영감을 현대적 조형물로 표현한 건축사무소 ISAR의 작품. 사진 제공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순수냐 응용이냐’ 누가 가를 수 있느냐

9월 잇따라 개막한 제6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예술감독 이인범)와 제3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총감독 은병수)는 순수미술의 그늘에 가려 있던 공예, 디자인의 가치와 나아갈 방향을 되짚어 보는 행사다. 공예와 디자인이 문화담론으로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담은 올해 행사에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혁신에의 욕구’가 돋보였다. 이는 아트, 디자인, 공예를 구분 짓는 틀에서 벗어나 융합과 소통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려는 시도로 나타났다.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녹색 비엔날레’를 지향한 것도 반가운 현상이었다.

■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통 공예부터 첨단 작품까지
장르-재료 넘는 ‘다층적 만남’

○ 공예, 그 너머의 세계로

‘만남을 찾아서’란 주제로 마련된 2009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전통 공예부터 첨단 작품까지 장르와 재료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층적 만남’을 보여준다. 응용미술이니 순수미술이니 하는 구분에 얽매이지 않고 ‘물건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물건을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등 본질에 대한 질문을 제시해 공예와 공예 밖의 세계가 어우러지는 현대미술의 축제로 발전시킨 점이 돋보였다.

예컨대 본 전시 ‘오브제, 그 이후’에선 잘 만든 물건으로서의 공예 오브제에서 벗어나 철학과 미학적 실험이 담긴 탈공예적 작품을 다수 선보였다. 의자와 탁자로 구성된 설치작품과 비디오를 내놓은 패션 디자이너 후세인 샬라얀. 그는 사물이란 물건 이전에 관계의 형식임을 드러낸다. 벨기에 작가 얀 파브르는 유리 테이블과 의자를 통해 아름다움과 폭력의 관계를 표현한다. 사지가 분절된 인형인데 벽에는 온전한 그림자가 비치는 설치작업이나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빛이 들어오는 조명 등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와 짝을 이루는 ‘인공의 지평’전에선 공예의 확장된 매력을 주목한다. 조각적 목가구와 조명을 만드는 데이비드 트루브리지, 1만 개의 컵으로 설치작업을 선보인 세라믹 작가 피터 스톡먼스, 버려진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캄파나 브라더스 등의 작업이 그런 사례다. 동물의 위나 창자를 이용한 조명, 달걀 껍데기를 이용한 자개, 인스턴트 결혼반지 등도 공예에 대한 인식을 넓혀준다.

초대국가관 전시인 캐나다의 ‘하나 혹은 여럿’전과 올해부터 장르 구분을 철폐한 국제공모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캐나다관의 전시는 300여 점의 작품과 독특한 공간 연출로 다인종 다문화 사회의 삶과 문화를 총체적으로 제시한 알찬 전시다. 이인범 예술감독은 “비엔날레는 지역 문화행사가 아닌 세계적 보편성을 갖는 담론을 생산하는 장이 돼야 한다”며 “회고, 복고 취향의 공예가 아닌, 물건과 이슈를 만드는 사람들의 창의력, 상상력이 넘치는 비엔날레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공예비엔날레는 11월 1일까지 청주 예술의 전당과 시내 일원에서 열린다. www.cheongjubiennale.or.kr

■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담양 소쇄원 자료 바탕 창의적 발상 눈길
관람객 들어가 쉴 수 있는 쌍방향 작품도

○ 디자인, 그 이전의 세계로

2009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더할 나위 없는’이란 주제 아래 5개 주제전(‘옷’ ‘맛’ ‘집’ ‘글’ ‘소리’)과 ‘살림’과 ‘살핌’ 프로젝트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의 우수한 문화 원형과 현대 디자인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시도가 이번 행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는 은병수 총감독의 말대로 비엔날레를 풀어가는 실마리는 ‘우리 것’에서 시작된다.

‘전통’에 주목한 만큼 박물관 전시와 차별화된 맥락을 제시하기에 부족한 코너도 보였지만 세계적 시각과 우리 것의 매끄러운 만남을 이뤄낸 전시도 있었다. 건축가 조병수 씨가 기획한 ‘집’이 대표적이다. 국내외 디자이너와 유명인사에게 담양 소쇄원의 자료를 제공한 뒤 그들의 창의적 발상을 담아낸 40여 점의 조형물에서 디자인 건축 현대미술이 유기적으로 만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대나무와 콘크리트로 소쇄원을 재해석한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의 작품처럼 실험적인 조형물도 있고, 관람객들이 직접 작품에 들어가 휴식하거나 명상할 수 있는 쌍방형 작품도 있다. 이탈리아 모자이크 전문학교 학생들이 조각보와 문창살을 모티브로 완성한 작업도 흥미롭다.

맛과 소리를 디자인 관점에서 접근한 시도도 신선하다. ‘맛’전 큐레이터 오정미 씨는 “접시 안에서도 디자인이 이뤄진다”며 소반과 붉은 고추를 이용한 설치작업으로 전시를 꾸몄다. 재활용을 주제로 한 ‘살림’, 약자를 소외시키지 않는 배려의 디자인을 고민한 ‘살핌’ 프로젝트는 ‘볼거리’ 이상의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다. 디자인비엔날레는 11월 4일까지 광주비엔날레전시관을 중심으로 광주 시내에서 펼쳐진다. www.gb.or.kr

청주·광주=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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