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1902년 7월 20일자로 작성된 이 편지엔 빌헬름 2세의 자필 서명과 함께 "(고종) 황제 폐하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통치해 축복받은 정부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편지는 당시 대한제국 주재 독일 영사를 통해 개인적으로 보낸다는 점을 덧붙였다. 비밀리에 전달되는 '밀서'임을 밝힌 것이다.
당시 복잡한 국내외 상황 탓에 밀서는 독일 외교부 정치문서보관소에 100여 년간 봉인돼 있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동일한 내용의 빌헬름 2세 친서가 이듬해인 1903년 고종 황제에게 전달됐다는 독일 측 외교 기밀문서의 기록도 함께 발견됐다. 고종이 손에 쥐었을 그 밀서의 행방은 현재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정상수 명지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45)는 8월 독일 외교부 정치문서보관소에서 이 밀서를 발견해 28일 중앙일보에 공개했다.
밀서가 작성된 1902년은 고종(1852~1919, 재위 1863~1907)의 즉위 40년, 탄생 51년이 되던 해다. 이를 기해 대한제국은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계획했다.
그해 1월 '영일동맹'이 체결돼 국제 정세가 요동치던 시점이다. 조선에 대한 일본의 '특수한 이해'를 보장하는 조약으로 대한제국의 독립이 더 위태로워지던 때다.
정 교수는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서 독일 황제의 밀서는 대한제국의 독립을 적극 지지한다는 확신을 고종 황제에게 주기 위해 작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빌헬름 2세의 밀서는 "독일제국과 대한제국의 관계가 앞으로 더욱 확고해지기를 바란다"는 내용에 이어 '황제 폐하의 좋은 친구'라는 문구로 마무리된다.
빌헬름 2세의 1902년 밀서는 전달되지 않았지만 같은 내용의 1903년 밀서는 고종 황제의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고종 황제는 이 밀서를 통해 독일 황제의 신뢰를 확인했기 때문에 1906년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밀서를 빌헬름 2세에게 보냈던 것으로 여겨진다.
고종 황제의 문서는 현재 350여 건 전해지지만 외국의 국가수반으로부터 받은 편지는 한 건도 남아 있지 않다. 정 교수는 "이 밀서는 고종 황제의 독립외교가 나름의 결실을 맺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증거"라고 평가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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