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子路(자로)’에서 공자는 선비를 세 등급으로 나누었다. 첫째는 부끄러움을 알아 자신을 단속하고 외국에 나가 사신의 重任(중임)을 수행하는 선비, 둘째는 일가친척이 효성스럽다 일컫고, 한마을 사람이 공손하다 일컫는 선비, 셋째는 신의 있고 행동에 과단성 있는 선비다. 그러자 子貢(자공)은 당시 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어떠냐고 여쭈었다. 공자의 대답은 신랄했다.
앞의 曰 이하는 子貢의 말, 子曰 이하는 공자의 말이다. 從政은 정치에 종사함이다. 今之從政者는 魯(노)나라의 실권을 쥐고 있던 세 大夫(대부) 집안의 사람을 가리키는 듯하다. 噫는 불만과 탄식을 나타내는 감탄사다. 斗v의 斗는 약 1.94L들이의 말, v는 1말 2승들이의 대그릇이니 적은 용량을 말한다. 교정청본은 ‘두초’로 읽었지만 ‘두소’로 읽어도 좋다. 算은 선비 축에 넣어 센다는 뜻이다. 何…也는 반어법이다.
사람의 도량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럿이다. 공자는 자신을 단속하고 정무를 맡아보는 士(사)의 역량을 중시했다. 조선 후기의 崔漢綺(최한기)는 識見(식견)이 밝고 넓은 정도를 識量(식량)이라 부르고 사람의 식량은 推測(추측)의 진보에 따라 斗v, 鍾鼎(종정), 河海(하해), 天地(천지)의 크기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단, 識量이 치우치고 굽은 사람은 한 곳에 얽매이고 自矜(자긍)하는 사람은 조금 얻은 것에 만족하며 남 이기기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 잘못을 꾸며대므로, 식량이 進就(진취)할 수 없다고도 했다. 오늘날 지도자라면 도덕능력은 물론 경험지식의 識量도 함께 갖추어야 하리라. 공자는 우리 시대의 지도자를 어떻게 평가할지 무척 궁금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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