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포근히 감싸 안은 엄마, 아이를 목말 태운 아빠, 손에 손 잡고 걸어가는 온 가족. 모두 이보다 정겨울 수 없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선화랑의 1∼3층 전시장을 가득 채운 원로조각가 민복진 씨(82)의 돌과 브론즈 조각에는 한결같이 인간과 가족에 대한 따스한 사랑이 녹아 있다. 과감한 생략과 구성으로 순수함과 생명력을 담아낸 40여 점의 조각은 풍부한 양감과 절제된 균형이 특징. 이 작품들은 ‘주인’의 원만한 성품처럼 거칠거나 모난 구석이 없다. 그래서 더욱 현대인의 메마른 마음 깊숙이 파고든다.
이번 전시는 그의 네 번째 개인전이자 화집 발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25일 저녁 개막식에는 원로조각가 윤영자 전뢰진 최만린 씨를 비롯해 원로 화가 장리석 김흥수 박서보 하종현 씨와 평론가 오광수 씨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조각 외길을 걸어온 그의 삶과 예술을 축하했다.
그는 홍익대 조각과 졸업 후 전업조각가로 활동하며 1979년 프랑스 ‘르 살롱’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탄탄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조각에 몸담은 지 30년이 지난 1984년 첫 개인전을 여는 등 작가로서 엄격한 자세를 지켜온 것도 그가 존경받는 이유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그는 단란한 가족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조각으로 승화했다. 또한 모정과 가족의 사랑을 이상적으로 표현한 작품 밑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깔려 있다.
워낙 남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성품이라 하종현 전 서울시립미술관장과 조각가 전뢰진 고정수 씨가 추진위를 만들고 가족이 강권해 회고전이 성사됐다.
귀에서 항상 드릴 소리가 들리는 등 돌 작업 후유증 탓에 개막식에서도 침묵으로 인사를 대신할 만큼 건강이 그리 좋지 않지만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있다.
당뇨병으로 오래 고생하는 부인을 산책시키는 일.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은 “작품도 그렇고, 삶에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작가”라고 입을 모았다. 10월 15일까지(일요일, 추석 연휴 휴관). 02-734-0458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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