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씨(33·사진)는 서울대 교수다. 피아니스트 백혜선 씨 이후 두 번째로 2005년에 ‘20대 서울대 기악과 교수’가 됐다. 이보다 8년 앞서 1997년에는 국내 최초로 열린 바이올린 부문 국제콩쿠르(제2회 동아국제음악콩쿠르)에서 루마니아의 리비우 프루나루 씨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음악계의 ‘엄친딸’이자 ‘전공자들의 로망’에 일찌감치 도달한 셈이다. 그가 2년 만에 독주회를 연다. 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그를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만났다. 연주 프로그램을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피아니스트의 테크닉을 믿어야 연주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했다. 베토벤의 초기 소나타 중 가장 ‘두텁게’ 쓰인 소나타 3번, 버르토크의 소나타 2번 모두 그렇다. 슈베르트의 환상곡 D 934는 아예 피아니스트들이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보다 어렵다’고 한다고 했다. 어떤 피아니스트를 연주 파트너로 섭외했기에?
“지난해 말버러 음악축제에 갔다가 만난 피아니스트예요. 동생(첼리스트 백나영 씨)과 연주를 자주 하는 분인데 ‘와, 기교가 완벽하다’ 싶더라고요.”
신기(神技)의 피아니스트는 이그나트 솔제니친(37)이었다. 옛 소련의 문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둘째아들로 미국 커티스음악원 교수다. 백 씨는 “그를 믿고 피아노 기교가 바이올린 못지않게 화려한 곡들을 우선 모았다”며 “걱정이 있다면 무대에서 피아니스트가 훨씬 더 빛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웃음지었다.
인디애나폴리스 국제콩쿠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등에서 상위 입상한 그가 교수로 영입됐을 때 음악계에선 걱정도 나왔다. “교수직은 연주가의 무덤”이라는 우려였다. 그의 생각은 어떨까.
“열심히 시간을 쪼개 살면 연주가로도, 교육자로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것 같아요. 커티스음악원 재학시절 은사였던 에런 로잔드 선생님을 최근 서울에서 뵈었는데, ‘너를 필요로 하는 일들의 장점을 살려 최대한 많은 걸 얻어내라. 그런 게 직업이지’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조금 지치기도 했었는데, 격려가 됐어요.”
지난달 25일에는 브람스의 협주곡과 브루흐의 협주곡 1번을 담은 음반을 내놓았다. 헨리크 셰퍼가 지휘하는 신일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지난해엔 결혼도 했다. 남편에 대해선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만 했다. ‘육아는 연주자의 또 다른 무덤이 될 수도 있는데…’ 라고 했지만 염려하지 않는 눈치였다. “정경화 선생님도, 안네조피 무터도 아이를 둘씩 기르며 훌륭하게 연주를 계속하셨는데요, 뭘.”
3만∼5만 원. 02-2658-3546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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