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실력파 배우들 출연 연극 ‘뱃사람’ ‘굿닥터’ 8일 막올라

  • 입력 2009년 10월 1일 02시 48분


《실력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두 편이 같은 날 대학로에서 막을 올린다. 8일 시작하는 연극 ‘뱃사람’(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굿닥터’(설치극장 정미소). 각각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무대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뱃사람’은 극단 컬티즌이 국내 초연한다. ‘굿닥터’는 여러 극단이 국내 무대에 올려왔지만 덕우기획이 처음으로 극작가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공연을 준비했다. ‘뱃사람’이 흰 종이에 굵게 그린 직선이라면 ‘굿닥터’는 아기자기한 그림을 곁들인 곡선과도 같다. ‘뱃사람’은 하루 일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 보이는데 ‘굿닥터’는 시공간과 등장인물이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잇달아 열고 닫는다. 두 작품 모두 연극과 영화, TV드라마에서 뚜렷한 발자국을 이어온 배우들이 출연한다.》

악마와 술꾼들의 영혼을 건 도박
○ 뱃사람

‘뱃사람’은 크리스마스 전날 술주정뱅이들이 아일랜드 더블린의 지하방에서 벌이는 포커판을 그렸다. 남성 배우만 5명이 등장한다. 포커판의 판돈이 점점 불어나 ‘영혼’까지 판돈으로 걸리고, 악마 록하르트는 운전사 샤키의 영혼을 노린다. 술에 찌든 인생을 한탄하다 다시 술잔을 들고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주정뱅이들은 록하르트에게 지옥과 천국이 어떤지 묻는다. 악마는 ‘우두커니 홀로 놓인 공간이 지옥’이라고 답한다.

시력을 잃은 알코올의존자 리처드는 이호재 씨, 그의 동생 샤키 역은 이남희 씨가 맡았다. 형제의 친구 아이반은 이대연 씨, 샤키의 전처와 동거하는 얄미운 니키는 이명호 씨가 연기한다. 악마 역에 정동환 씨가 출연한다. 모두 얼굴을 보면 ‘아, 이 사람!’ 할 만큼 눈에 익은 배우들이다.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샤키의 영혼이 걸린 마지막 포커판이 벌어지고 주정뱅이들은 힘을 합쳐 악마와 승부를 겨룬다.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코너 맥퍼슨(38)은 고난이 험난한 파도처럼 닥쳐와도 우정으로 헤쳐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작품으로 한껏 무르익은 재능을 입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뱃사람’이 런던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2006년 9월 ‘인간은 동물이다’는 제목의 기사로 맥퍼슨을 조명했다. 18일까지. 3만∼5만 원. 02-765-5476

공무원… 노인… 여자… 쓸쓸한 행진곡
○ 굿닥터

‘굿닥터’는 미국의 희곡작가 닐 사이먼(82)이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덜 알려진’ 작품 10편을 꿰어 1973년 완성한 작품. 1999년 3월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에 “가장 성공적인 오늘날의 극작가와 시대를 넘어 가장 영향력 있는 극작가 사이에 이뤄진 결혼”이라고 평했다.

연극을 보러간 말단 공무원이 바로 앞줄에 앉은 장관에게 공연 도중 재채기를 했다가 실수한 나머지 강박에 시달리는 일화를 담은 ‘재채기’, 공원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두 노인 이야기 ‘늦은 행복’,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여자를 그린 ‘의지할 곳 없는 신세’ 등 단막극이 이어진다. 경쾌하게 흘러가지만 결국 씁쓸함과 슬픔이 묻어나는 에피소드들이다.

정아미 이영광 한승구 씨 등 대학로에서 뼈가 굵은 배우들이 출연하고 1983년 ‘굿닥터’ 국내 초연 때 에피소드 두 개에 출연한 정한용 씨가 ‘의지할 곳 없는 신세’ 에피소드에서 직원 포차킨 역으로 우정 출연한다. 방송인 정재환 씨도 에피소드를 안내하는 작가 역할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다. 덕우기획 신연욱 대표는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인 정 씨가 이 번역극의 대본에서 번역체와 잘못된 어순을 꼼꼼히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11월 15일까지. 2만5000∼3만5000원(학생 2만 원). 02-715-5733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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