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창작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서입니다. 프랑스 현대 화가들 중 오직 나만이 독창적인 방식으로 개성을 살리면서 동시대의 사회상을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녔습니다. 따라서 내 그림을 심사할 자격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 나 쿠르베뿐이지요.” “쿠르베 씨, 정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계시는군요.” “각하, 나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만한 사람입니다.”》
당대엔 “스캔들”, 후대엔 “획기적”
프랑스의 리얼리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는 니우에르케르커 백작에게서 1885년 제1회 파리 만국박람회와 함께 열리는 국제미술전에 출품할 그림을 부탁받는다. 그러나 ‘미리 드로잉을 보여주고 심사를 받으라’는 조건에 쿠르베는 제안을 한마디로 거절한다. 대신 그는 만국박람회가 열리는 전시장 바로 앞에 가건물을 짓고 자신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개인전을 연다.
쿠르베는 당시 관습에서 벗어난 그림을 그려 여러 차례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다. 미술전 주최 측이 미리 조건을 단 것도 이 때문이었다. 1881년 작품 ‘오르낭의 매장’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그림에서 쿠르베는 고귀한 영웅의 일화를 그리듯 평범한 시골 촌부의 장례식을 묘사한다. 저급미술과 고급미술의 순위를 뒤섞어버린 셈이다. 이 그림은 도덕적이고 교훈적인 주제의 역사화에만 치중하던 당대 미술계를 비판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는 쿠르베의 생각을 담고 있다.
이처럼 당대에는 스캔들로 치부됐지만 훗날 미술사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다고 평가받는 천재 예술가들이 있다. 저자는 카미유 클로델, 주디 시카고 등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척받았던 예술가부터 에로티시즘을 담은 그림으로 곤욕을 치렀던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그리고 당대의 미의식에 도전했던 오귀스트 로댕, 마르셀 뒤샹 등의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았다.
17세기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피렌체 디자인 아카데미의 회원이 될 정도로 성공한 화가였다. 하지만 그 이름은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발굴되기 전까지 수백 년간 역사 속에 묻혀 있었다.
젠틸레스키의 일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녀는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이자 로마 최고의 화가 집안의 딸이었다. 아버지의 도움으로 정식 미술교육을 받던 그녀는 아버지의 동료이자 스승이었던 화가 타시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분노한 아버지는 타시를 고소했고, 그녀는 법정에서 증언대에 선다. 타시에게 유죄가 선고됐지만 처벌은 가벼웠다. 진실과는 상관없이 젠틸레스키는 스캔들의 주인공이 됐다. 아버지가 급히 결혼을 시켰지만 젠틸레스키는 곧 남편과 헤어진 뒤 타향을 떠돌며 화가의 길을 걷는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시스라를 죽이는 야엘’ 등 젠틸레스키의 작품은 대부분 여성과 남성 사이의 폭력을 다룬다. 그녀의 그림은 강렬하고 힘이 넘친다. 정물화나 수공예에 머무르던 여성 화가의 영역을 대작으로 넓힌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성 화가의 작품이라는 점이 정당한 비평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았다. 미술평론가 로베르토 롱기는 그녀의 작품을 보고 “여자 혼자서 이런 그림을 그리다니 얼마나 무서운 여자인가”라고 개탄했다고 한다.
책의 제목은 1999년 미국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개최된 뒤 미국 사회에 격렬한 논쟁을 일으켰던 ‘센세이션전(展)’에서 따왔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는 낯설게 하기”라며 “예술적 관습을 뒤엎고, 전통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짓을 일삼은 이들이야말로 낯설기 기법의 원조”라고 말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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