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곡식과 실과가 출하되며 기후는 상쾌하고 달은 밝아서 더 없이 좋은날이다.
특히 추석날만 되면 온가족이 모두 둘러 앉아 맛있는 ´송편´을 빚으며 오순도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곤 한다.
그러나 막상 추석이 되면 왜 ´송편´을 빚는 지 그 의미와 유래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2일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으로부터 ´송편´의 유래,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송편´의 유래
송편은 문헌상 17세기부터 기록에 보이는데 1680년 ´요록(要錄)´의 송편은 ´백미(白米)가루로 떡을 만들어 솔잎과 켜켜로 쪄서 물에 씻어낸다´고 했다.
´성호사설(1763년)´, ´규합총서(1815년)´, ´동국세시기(1849년)´, ´부인필지(1855년)´, ´시의전서(1800년대 말엽)´ 등 음식관련 문헌에 송편의 종류, 이름, 재료, 만드는 방법 등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그해 가장 먼저 추수한 햅쌀로 빚은 송편을 ´오려송편´이라고 한다.
올벼를 찧어 만든 오려 쌀로 빚은 송편이라고 해서 2월의 삭일송편과는 구별 짓는데 조상의 차례상과 묘소에 올린다.
◇추석날 ´송편´을 먹는 이유
추석에는 조상숭배 사상과 관련된 행사가 펼쳐지는데 보름달 같이 곡식이 잘 여물게 해준 달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해 나온 햇곡식을 조상님에게 대접한다.
특히 그해 추수한 햅쌀로 송편을 빚고 밤, 대추, 배, 감, 사과 등 햇과일을 제상에 차려놓고 조상님께 한 해의 수확을 감사드리는 차례를 지내는데 송편은 하늘의 씨앗인 보름달을 상징한다.
따라서 추석 차례 때 송편을 놓는 것은 달의 열매를 과일은 땅 위의 열매를 토란은 땅 밑의 열매를 상징한다.
바로 하늘의 열매, 땅 위의 열매, 땅 밑의 열매를 모두 조상님에게 드리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징
송편은 지역마다 많이 생산되는 재료로 만들어져 모양과 크기 등의 차이가 있다.
북쪽 지방에서는 크게 만들고 남쪽 지방에서는 작고 예쁘게 빚었다.
서울 지역의 송편은 작고 앙증맞아 입에 쏙 들어가는데 이것은 모든 음식에 멋을 내는 서울만의 특징이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도토리, 감자 등이 많이 재배돼 이를 이용한 도토리송편, 감자송편 등이 있다.
빚을 때 네모지게 손자국 모양을 꾹 내어 산간 지역 서민들의 소박한 멋이 나는 송편이다.
전라도 고흥 지방에서는 푸른 모시잎으로 색을 낸 송편을 정갈하게 빚어서 차례상에 올린다.
푸른 모시잎 송편은 맛이 쌉쌀해 별미이며 빛깔이 푸르다.
제주도 지방에서는 송편을 둥글게 만들고 완두콩으로 소를 넣는데 비행접시 모양이다.
평안도 해안 지방에서는 떡을 모시조개 모양으로 작고 예쁘게 빚어 참깨를 볶아 찧고 설탕과 간장으로 버무려 소를 넣어 희고 깨끗하게 만든 조개송편을 해먹는다.
이것은 해안 지방에서 조개가 많이 잡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송편을 빚는 것이다.
◇은은한 솔잎향기가 입 안 가득
송편은 그 이름부터 다른 찐 떡과는 달리 솔잎과 함께 쪄 내므로 송병(松餠) 또는 송엽병(松葉餠)이라고도 부른다.
솔잎을 송편과 송편사이에 깔고 찌면 떡에 솔잎의 향이 자욱하게 배어들어 가을 산의 정기를 한껏 받아 소나무처럼 건강해 진다고 여겼다.
떡에 있는 소나무 무늬도 독특해 눈길을 끈다.
또 은은한 솔잎향이 가득한 떡은 더위가 가시지 않은 음력 8월에 오래 동안 부패하지 않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은 "과거에는 임신한 여자가 태중의 아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궁금할 때 송편으로 알아봤다"고 밝혔다.
이어 "송편 속에 바늘이나 솔잎을 가로로 넣고 찐 다음 한쪽을 깨물어서 바늘의 귀 쪽이나 솔잎의 붙은 곳을 깨물면 딸을 낳고 바늘의 뾰족한 곳이나 솔잎의 끝 쪽을 깨물면 아들을 낳는다고 해 이를 점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아이를 얻는다고 해 항상 송편 빚기에 정성을 다하는 여인들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헬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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