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과학상 새로운 바람 100여년간 12명에 그친 여성수상자 올해만 3명 나와 딱딱한 이론보다 ‘디카CCD’ 같은 실용분야로 눈돌려 ‘여성 과학자’와 ‘실용 연구’의 약진. 7일 저녁 화학상을 마지막으로 발표가 끝난 올해 노벨 과학상은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된다. 지난해 일본 과학자들이 돌풍을 일으켰다면 올해는 여성 과학자들과 첨단 제품을 연구한 기업 소속 과학자들이 대거 노벨 과학상을 받았다. 올해 노벨 과학상의 특징을 정리했다. ○ 과학계 유리 천장이 깨지다 노벨상이 처음 제정된 1901년부터 지난해까지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여성은 모두 12명에 불과하다. 이 중 마리 퀴리가 2번 상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9명의 과학상 수상자 중 3명이 여성이다. 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의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61)와 존스홉킨스대 의대의 캐럴 그리더 교수(48), 화학상을 받은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의 아다 요나트 박사(70)다. 노벨상을 받은 여성 과학자가 25%나 늘어난 셈이다. 2명 이상의 여성 과학자가 노벨 과학상을 받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여성으로서 노벨 과학상을 처음 받은 과학자는 1903년 물리학상을 받은 마리 퀴리다. 이후 물리학상은 1963년 폴란드의 여성 과학자 마리아 메이어가 받은 뒤 아직까지 단 한 명의 여성도 받지 못했다. 화학도 조금 낫지만 비슷하다. 1911년 마리 퀴리 이후 1935년 퀴리의 딸인 이렌 졸리오퀴리가 받았고 1964년 도러시 호지킨이 받은 후 45년 만에 올해 다시 여성 수상자가 나왔다. 생리의학상은 여성 수상자가 비교적 많은 편이다. 1947년 거티 코리 이후 지난해까지 8명의 수상자가 나왔고, 올해 2명이나 나왔다. 블랙번 교수와 요나트 박사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와 함께 ‘로레알 유네스코 세계여성과학자상’을 함께 받았다. 당시 블랙번 교수는 행사에 참석한 기자에게 “앞으로 생명과학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업적은 충분했지만 편견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노벨 과학상을 놓친 비운의 여성 과학자도 많다. 대표적인 여성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로절린드 프랭클린과 핵분열 연쇄반응을 규명한 리제 마이트너다. 이공주복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번 노벨상은 과학계에서 여성의 역할이 인정받은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젊은 여성 과학도들이 앞으로 노벨상을 받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일상 속에 노벨상 있다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의 업적은 딱딱하고 어려운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쓰고 있는 제품에 관한 것이거나 실용적인 연구가 많았다. 특히 물리학상은 다소 놀랄 정도였다. 정보통신의 기초인 광섬유와 디지털카메라의 핵심부품인 ‘전하결합소자(CCD)’를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인터넷 동영상 이용자들은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에게 감사할 만하다. 물리학상 수상자들이 대학이나 이론 연구소 대신 기업 연구소 출신인 것도 독특하다.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찰스 가오 박사는 스탠더드텔레콤 출신이고 윌러드 보일 박사와 조지 스미스 박사는 벨연구소 출신이다. 보일과 스미스 박사가 개발한 CCD는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의 핵심부품으로 영상을 전기신호를 거쳐 디지털 정보로 바꿔준다. 디지털카메라가 500만 화소라면 CCD 안에 광센서가 500만 개 들어 있다는 뜻이다. 가오 박사는 ‘빛의 속도’로 정보를 전달하는 광섬유를 연구했다. 가오 박사가 연구한 광섬유는 현재 지구를 2만5000번이나 감을 수 있을 정도로 곳곳에 깔려 있다. 고등과학원 김재완 부원장은 “200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거대자기저항’ 이론은 정보를 저장하는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작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며 “올해와 2년 전에 선정된 노벨 물리학상이 지금의 디지털 시대를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