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죽음 이르는 사랑의 아픔 온몸 연기”

  • 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에스메랄다’ 주연 러 크렘린 발레단 발레리나 크레토바

러시아 국립 크렘린 발레단의 주역 발레리나 크리스티나 크레토바 씨(25·사진)가 한국을 처음 찾았다. 그는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해외초청작인 발레 ‘에스메랄다’의 타이틀 롤을 맡아 8, 1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무대에 선다. 9일에는 디아나를 맡은 알렉산드라 티모피바 씨와 역할을 바꾼다.

크렘린 발레단이 2006년 러시아에서 ‘에스메랄다’를 처음 선보일 때도 주연을 맡았다. 크레토바 씨는 “최종 오디션에서 안드레이 페트로프 예술감독이 ‘네가 해야 한다’면서 낙점했을 때 가슴 벅찼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활짝 웃었다.

1막에서는 에스메랄다의 집시 춤, 시인 그랭구아르와의 2인무 등 무용수의 기량이 돋보이는 장면이 많다. 왕실근위병 푀뷔스와 사랑에 빠졌다가 배신당한 뒤 끝내 죽음에 이르는 2막에서는 감정 연기를 강조해 춤 동작이 1막에 비해 적고 부드럽게 표현된다.

“‘에스메랄다’는 드라마를 부각시킨 발레이기 때문에 무용 실력뿐 아니라 연기력이 필요한 작품입니다. 사랑의 아픔을 표현하기가 제일 어려워요. 에스메랄다의 등만 보고서도 관객들이 아픔을 느낄 수 있어야 하죠.”

그는 “러시아에선 공연이 끝난 뒤 어머니가 분장실로 찾아와서 ‘얘, 오늘도 관객들이 많이 울었어’라고 귀띔한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에스메랄다는 푀뷔스를 좋아하지만 저는 성당 대주교 프롤로가 더 좋아요. 에스메랄다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격정적으로 털어놓기 때문이죠. 2막에서 함께 추는 2인무도 아름답고요. 하지만 성당 종지기 카지모도의 묵묵히 지켜보는 사랑은 부담스럽게 느껴져요.”

그는 9세 때 발레를 시작한 뒤 볼쇼이 극장 발레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크렘린 발레단에 입단했다. 발레리나의 삶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3년 전 결혼해 올해 3월 아들을 출산했다. 임신 4개월인 상태로도 무대에 섰고 출산 후 열흘 만에 발레단에 복귀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9일 오후 8시, 10일 오후 4시, 4만∼20만 원. 02-2280-4114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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