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아이들 속이 후련해져요

  • 입력 2009년 10월 9일 02시 58분


어린이 음악극 ‘무적의 삼총사’(김민기 번안·연출)는 한국 초등교육의 우울한 풍경을 담고 있다. 그 풍경화엔 학원폭력, 학업과중, 결손가정의 문제가 골고루 등장한다. 부모는 “우리 아이는 아닐 거야”라며 외면하고 싶고 자녀는 “엄마 아빠에게 말해도 되나” 싶어 쉬쉬하는 현실이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3학년생인 써니(이진경), 치나(이기성), 풍이(김종일) 셋이다. 본명이 최선희인 써니는 미국에서 생활하다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엄마와 한국 경남의 신도시로 이사를 온다. 급작스러운 환경변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써니지만 그의 눈에 비친 다른 초등학생들도 자신 못지않게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다.

본명이 엄영재인 부잣집 아들 치나(‘엄친아’)는 과외공부로 하루 다섯 시간밖에 못자면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본명이 허병화인 풍이(‘허풍쟁이’)는 엄마 없이 포장마차를 하는 아빠와 단 둘이 살다 보니 짓궂기만 하다. “한심한 방학이다/집에선 잔소리나 듣는/방학이야/어디 갈 데도 없는”이란 노래가 이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써니는 달라진 엄마를 괴롭히는 반항아이고, 풍이는 툭하면 치나를 놀리고 괴롭힌다. 치나는 과중한 학업에 치여 만사에 소극적이다.

아이들은 이윽고 그 누군가에게 결핍이 다른 누군가에겐 축복임을 깨닫는다. 써니의 눈엔 턱없이 못마땅한 엄마(정인애)가 풍이와 치나에겐 너무도 자상한 엄마다. 치나는 풍이에게 남아도는 자유시간이 부럽고 풍이는 부모의 관심이 부럽다. 그렇게 자신만의 껍질에서 벗어난 삼총사는 놀라운 문제해결 능력을 보이며 “신나는 방학이다/미친 듯이 놀아야지”를 합창한다.

어른의 눈에는 현실의 무게에 비해 갈등해소는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학원폭력이나 학업과중이 어린이들의 단결이나 이웃할머니의 중재로 풀릴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어린이들에겐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준다. 공연을 함께 본 초등학교 3학년 조카는 “딱 우리들을 위한 공연”이라고 평했다.

뮤지컬 ‘지하철1호선’의 콤비인 독일의 극작가 폴커 루드비히와 작곡가 비르거 하이만의 원작 ‘벨라, 보스, 불리(Bella, Boss und Bulli)’를 한국적 상황에 맞춰 번안했다. 1만8000∼2만 원. 11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02-763-8233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