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없는 길’이던 서울 세종로가 세종대왕을 품에 안았다. 김영원 홍익대 미대 조소과 교수팀이 약 5개월 동안 청동 22t을 들여 만든 세종대왕 동상은 한글날인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서 마침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9시 광화문광장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을 비롯한 각계 인사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을 열었다. 동상은 높이 6.2m, 폭 4.3m 규모로 세종문화회관 앞(이순신 장군 동상 뒤편 250m 지점)에 설치됐다. 이 대통령과 오 시장이 오전 9시 반경 동상을 덮고 있던 장막을 벗기자 높이 4.2m의 기단(基壇) 위에 앉은 황금색 세종대왕 동상이 모습을 나타냈다.
세종대왕은 온화한 미소를 띠고 오른팔을 벌린 채 왼손에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들었다. 동상 앞에는 해시계, 측우기, 혼천의 등을 본떠 만든 조형물을 설치했고, 뒤편으로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부조로 새긴 열주(列柱·기둥) 6개를 세웠다. 옛 광화문 지하차도를 리모델링한 ‘세종이야기’도 함께 공개했다. 전시관 여섯 곳을 갖춘 세종이야기에서는 세종대왕의 업적과 일대기를 담은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독립일이나 승전일을 기념하는 나라는 많지만 문자를 만든 날을 국경일로 기념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세계 각국에서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글을 쉽게 배우고 한글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정부는 세종학당을 확대 설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5년까지 세종학당 150개를 신설하고 다른 한국어 보급기관의 명칭을 순차적으로 ‘세종학당’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또 오 시장은 기념사에서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이 자리함으로써 우리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간 쌀쌀한 날씨에도 아침 일찍부터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은 동상 주위에서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울산에서 가족과 함께 올라온 서영식 씨(41)는 “북악산을 배경으로 앉은 세종대왕의 모습이 기대했던 것보다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서 씨의 손을 꼭 잡고 동상을 바라보던 서주희 양(10)도 “아빠와 선생님이 세종대왕은 성군(聖君)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표정이 너무 인자해 보여요. 동상 앞에 서니 세종대왕을 직접 만난 것 같아요”라고 감탄했다. 대학생 김동휘 씨(20)는 “동상 제막을 계기로 세종대왕의 업적과 한글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동상만 세워두기보다는 다양한 행사와 문화콘텐츠를 채워 넣어야 진정한 광화문광장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막식이 끝나자 세종대 학생 50여 명이 동상 주변에서 한글 사랑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시민들과 함께 한글 관련 퀴즈를 풀며 동상 제막을 축하했다. 영화예술학과 1학년 박유진 씨(19·여)는 “세종대 학생이 제막식에 빠질 순 없다는 생각에 아침 일찍 찾아 캠페인을 벌였다”며 “동상만 세울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고 한글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려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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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상 제작 김영원 교수
“국민이 힘들고 어려울때 위로 받고 교훈 얻어 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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