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안중근’… 구태훈 교수, 의거 100돌 맞아 일대기 펴내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일본어 공판 기록 등 뒤져 다양한 면모 담아”

“안중근 의사의 쏘아보는 눈빛, 칼칼한 목소리까지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서술해야 하는 역사가의 숙명을 벗어나 보고픈 마음도 있었어요.”

일본근세사 전공인 구태훈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56·사진)가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26일)을 앞두고 그의 일대기를 담은 ‘안중근 인터뷰’(재팬리서치21)를 펴냈다. 책은 안 의사가 직접 자신의 삶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첫머리에는 안 의사와 구 교수의 가상 인터뷰를 실었다. 안 의사의 말 한마디까지 사료를 근거로 재구성한 역사서이기도 하다. 구 교수가 안 의사에게 관심을 갖고 사료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당시 일본 무사도를 다룬 ‘일본무사도’를 출간한 뒤 무사도정신을 능가할 만한 한국의 인물을 찾는 과정에서 안 의사를 재발견했다. 구 교수는 책을 쓰기 위해 안 의사 공판기록을 모두 일본어 원문으로 읽었다. 각 장에 당시 일본 신문 기사, 공판기록 같은 사료를 인용해 시대배경을 설명했다. 시대상을 알아야 안 의사의 면모가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란 생각에서다.

구 교수는 안 의사를 ‘영웅의 조건을 모두 갖춘 인물’로 평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모든 것을 버리고 나섰고, 죽음을 각오하고 행동했다는 점을 대표적인 조건으로 꼽았다.

“안 의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는 26세였습니다. 장남으로서 어머니와 동생, 가족들을 부양해야 했죠. 얼마든지 핑계를 대며 물러설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안 의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구 교수는 안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보는 일부 왜곡된 시각에 적극 반박했다. 그는 “안 의사는 자신을 줄곧 의병 참모중장으로 칭했다”며 “전쟁 중 적군을 죽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테러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안 의사의 뜻을 기려 하얼빈 의거를 다룬 장의 제목을 ‘하얼빈전투’라고 지었고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것도 암살 대신 사살이라고 표현했다.

구 교수는 “그동안 연구자들이 자기 분야에만 한정된 안 의사 연구를 해온 것 같다”며 “이 책에는 안 의사의 다양한 면모를 모두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안 의사가 젊은 시절 기생집을 다니며 말을 안 듣는 기생의 뺨을 때렸다는 대목도 그중 하나. 구 교수는 “무조건적인 미화를 피하고 싶었다”며 “그런 모습에서 안중근의 의사적 기질의 양면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왕에 대한 예의를 깍듯이 차렸다는 점, 고종에게 충성을 다했다는 점 등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도 가감 없이 적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누군가가 나서서 이 문제에 부닥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안 의사의 목소리를 꼭 독자들이 직접 들어보기 바랍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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