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해외 유통체계 강화
유력 출판사 잡아 작품성 알리고
2001년 이후 한국문학번역원, 대산문화재단에서 번역되는 한국문학 작품들은 한 해 평균 60∼70편. 최근에는 일반 출판사나 에이전시를 통해 국내 작가들의 해외 판권을 계약하는 일도 늘고 있다. 하지만 주로 영세한 규모의 출판사에서 나오기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출판사에서 학술적인 목적으로 출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국에서 출판할 때는 현지의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자체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출판시장에서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저작권을 담당하는 한 출판인은 “유럽에 있는 작은 출판사들은 출간지원금을 받기 위해 한국 작가들의 책을 대충 만들고 방치하기도 한다”며 “정상적인 상업 출판이 아니라 사실상 자비 출판이나 마찬가지인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될 경우 효과적인 홍보나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판권계약 건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출간된 책의 홍보나 판매 등 유통의 사후 관리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한국 알리기’ 병행
문화 교류로 국가 브랜드 띄우고
해외에서의 적극적인 한국문화 홍보도 필수적이다. 노벨문학상이나 한국문학의 세계화도 결국은 문화, 경제, 국가 브랜드가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세계 출판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영미권에서 한국문학에 특히 무관심한 것은 문학 자체만의 문제라고 보기 힘들다. 대산문화재단의 곽효환 국장은 “기본적으로 타 문화에 배타적인 영미권의 경우 한국 작품에 관심 자체가 없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변방 국가의 문학이란 인식이 강해서인데 이는 번역 문제만으로 해결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따라서 한국문화 전반에서 다양한 홍보와 교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문학번역원의 해외도서전 참여, 외국 대학의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 등의 교류 사업은 2000년대 초반 10여 개에서 현재 20여 개로 늘었다. 대산문화재단 역시 1990년대 후반부터 한 해 한두 건으로 시작했던 국제교류행사를 2000년대 이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초청, 동아시아문학포럼, 서울국제문학포럼 등으로 다양화해 가고 있다.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작가와 교류하고 국제 활동에 참여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오에 겐자부로는 미국 하와이대와 캘리포니아대, 벨기에 루뱅대와 같은 여러 대학에서 강연을 했고 반핵운동 등 국제적 이슈에 적극 참여했다. 해외 작가들과 폭넓게 교류하면서 명성을 쌓아갔고 이 같은 활동이 결과적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에 영향을 미쳤다.
[3]우리문학 저변 확대
국내 독자 붙잡을 경쟁력 갖춰야
국내 문학의 저변과 깊이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독자가 외면하는 작품을 세계 시장에서 알아주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2008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신간 출판물 중 외서(번역서) 비중은 31%다. 상위권 베스트셀러 목록의 절반 이상이 번역서다.
독일 일본의 경우 번역서 비중이 7∼8%이며 미국은 5% 미만이다. 1901년 이후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영어권(27명), 독일어권(13명) 등에서 유독 많이 배출된 것도 자국 문학의 탄탄한 토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두 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낸 일본도 마찬가지다. 문학평론가 하응백 씨는 “노벨문학상을 둘러싸고 매년 벌어지는 해프닝 자체가 문학적 후진성을 드러내는 것 같다”며 “우리 문학을 찾는 국내 독자들이 늘고 작가들 역시 독자들의 지지를 받는 작품을 활발히 창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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