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를 본 김형우 4단은 깜짝 놀랐지만 곧 평온한 얼굴로 바뀌었다. 백 ○가 수순착오임을 깨달은 것이다.
실전과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참고 1도를 다시 싣는다. 참고 1도는 백이 패를 때려낸 상태지만 실전은 흑이 패를 때린 상태. 이 차이 때문에 흑 91, 93으로 두는 수가 성립했다.
백은 94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백 94로 참고 2도 백 1로 뻗으면 흑 2가 있다. 이는 흑이 패를 때린 상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백 3으로 받을 때 흑 4에 백은 응수가 없다.
흑은 97을 팻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짜릿하다. 흑 97이 선수로 들으면서 설사 흑의 상하가 끊긴다고 해도 타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졌다.
패의 가치도 적어졌다. 백이 패를 이기는 동안 흑은 귀를 살리고 좌변도 타개할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만약 참고 1도처럼 뒀다면 패는 승부의 주요한 변수가 됐을 것이다. 물론 패가 부담스러운 쪽은 흑이었을 것이다. 백은 흑이 패를 이기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사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약간의 수순착오로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셈이다. 백 106으로 강력한 화력을 뿜어내며 흑을 포위해보지만 뒤늦은 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