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7로 패를 때려낸다. 지금 상황에서 이 패는 백에게 의미가 없다. 백이 패를 이기려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패를 이겨도 좌상 흑이나 좌변 흑 둘 중 하나를 잡는다는 보장이 없다. 백은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패를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백 8은 팻감이 아니라 축머리를 내다본 수. 백 10의 붙임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다. 백이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백 12가 또 한 번의 실수였다. 참고도 백 1, 흑 2의 선수 교환을 하고 뒀어야 했다. 백의 조급한 마음 때문일까. 백대현 7단의 수읽기에 정교함이 떨어지고 있다. 참고도처럼 뒀으면 실전 백 24까지 똑같이 진행한다고 볼 때 좌하 귀를 좌변 백과 연결할 수 있었다.
백 7단은 실전처럼 둬도 백 26까지 좌하 백이 살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김형우 4단은 한발 더 내다보고 있었다. 흑 27이 백의 숨통을 죄는 수. 흑으로선 결정타를 날린 셈이다. 좌하 귀 백을 그냥 살려줘도 유리한데 여기서 수까지 냈으니 말이다. 백에겐 고통스러운 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다. 이리 저리 수읽기를 해봐도 좌하 귀 백은 패에 걸리는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 게다가 백은 목숨을 걸어야 하지만 흑은 거의 부담이 없는 꽃놀이패. 바둑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