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아직 걱정스럽지만 뮤지컬 노래는 자신있어 대사 연습 몰입하다보니 “어머~ 계집애가…” 불쑥
로커 윤도현 씨(37)가 10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선다. 11월 14일 시작하는 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 로커 헤드윅으로 변신한 그를 만나볼 수 있다. 잔뜩 부풀린 금발, 반짝이는 아이섀도와 붉은 립스틱의 그를 상상하기가 처음엔 쉽지 않았다.
“어우, 속눈썹 붙이면 되게 불편하겠죠? 거추장스러우면 노래 못 하는데…. 전 비주얼 록(현란한 차림새의 록 밴드를 지칭하는 말) 안 하거든요. 민소매에 배기팬츠가 좋은데…짙은 화장…아휴….”
19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그는 거침없이 내지르는 노래만큼이나 솔직했다. 영화 ‘헤드윅’을 여러 차례 봤다며 “연기는 아직 걱정스럽지만 뮤지컬 넘버는 자신 있다”고 했다.
주인공 헤드윅은 성전환 수술의 실패로 정체성 혼란을 겪고,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하는 등 상처가 겹겹이 쌓인 인물. 우울하고 처연하다가도 어느새 무섭도록 비열해지는, 기복이 심한 감정상태를 표현해야 한다.
“대본을 외우려고 스튜디오에서 대사를 녹음했어요. 도와주던 준이(‘YB’ 밴드 기타리스트 허준)가 ‘형, 혹시 미친 건 아니지?’ 그러더라고요. 아내(뮤지컬 배우 이미옥 씨·38)는 같이 영화 ‘헤드윅’을 보면서 ‘저런 역할 할 수 있겠어?’라고 물었고요.”
걱정이 앞섰지만 다시 뮤지컬 무대에 돌아온 것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넘버가 전형적인 옛날 하드록이라서요. 우리나라 음악차트에서 이런 음악 찾아보기 어려워요.”
그는 2003년 1월 일간지 기고에서 ‘노래가 죽인다’며 영화 ‘헤드윅’을 추천했고, 2008년 7월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선 여장을 하고 뮤지컬 넘버 ‘앵그리 인치’를 부르기도 했다. 요즘엔 대사연습에 몰입하다 보니 “어머∼” “이 계집애가!” 같은 말을 불쑥 내뱉게 된다면서 쑥스러워했다.
뮤지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개똥이’(1995년)에 김민기 씨가 만드는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출연했다. 거기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2002년 결혼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97년)는 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때 록 밴드 ‘딥 퍼플’의 보컬 이언 길런이 나왔던 작품이라서 했다.
‘하드록 카페’(1998년) 때는 ‘이제 뮤지컬 배우가 되려나 보다’ 하고 밴드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그런데 6개월간 똑같은 걸 계속 하다 보니까 지치더라고요. 고민하다가 한 우물을 파자, 결심하고 뮤지컬을 그만뒀죠.”
당시의 ‘신예 로커’ ‘급부상하는 서정적인 목소리의 록 가수’는 이제 ‘대한민국 대표 로커’ 자리에 섰다. 밴드의 박태희(베이스), 김진원(드럼), 허준 씨도 극중 밴드 ‘앵그리 인치’로 함께 출연한다.
최근 KBS2 ‘스타골든벨’ MC였던 김제동 씨의 교체가 논란을 빚으면서 그의 이름도 새삼 거론됐다. 지난해 11월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물러날 때 외압설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제동이한테 축하주 사줬어요.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고요. 저도 방송을 그만두고 음악에만 집중했더니 에너지 레벨이 달라졌거든요.”
그러나 “프로그램에서 물러나는 게 본인의 의사였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노코멘트”라며 “‘러브레터’라는 프로그램이 잊혀질 때쯤 웃으면서 편안히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11월 14일∼2010년 2월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 4만5000∼6만 원. 02-3485-8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