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현 교수의 디자인 읽기]버스-택시도 창조적 광고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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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저비용-고효율의 훌륭한 매체

상단에 상어 지느러미를 단 택시 광고는 가까이서 직접 상어를 볼 수 있다는 수족관 이벤트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저렴한 광고 방식으로 꼽힌다.
상단에 상어 지느러미를 단 택시 광고는 가까이서 직접 상어를 볼 수 있다는 수족관 이벤트를 효과적으로 전달한 저렴한 광고 방식으로 꼽힌다.
미디어 환경이 다양해지고 소비자군이 세분되면서 목표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미디어 전략 역시 달라지고 있다. 신문 잡지 TV 라디오 등 4대 매체에 대한 의존도는 줄어들고 인터넷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의 비중이 커졌다. 나아가 새로운 매체 개발도 활발해지고 있다. 예컨대 대형 양판점의 계산대 바닥이나 에스컬레이터 측면 난간 혹은 지하철 손잡이마저 광고 매체로 활용되는 등 아이디어 백출이다.

주로 옥내외나 차량이 이런 아이디어의 배경이 된다. 인허가가 간단해 관찰력만 있으면 누구라도 새로운 매체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좀 더 중요한 것은 통합적이고 전략적인 매체 계획이다.

기존 매체만으로 이뤄진 통합적인 매체 계획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이 미국 몬터레이 만(灣) 수족관을 위한 캠페인이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몬터레이 수족관은 야생동물보호 운동의 중심지이기도 하지만 2001년 이후 입장객이 급감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를 역전시키는 임무를 ‘BE&F(Buder Engel & Friends)’라는 대행업체가 맡았다. 이들이 펼친 캠페인은 라디오와 차량 광고를 입체적으로 구성한 저비용 고효율의 매체전략 사례로 꼽힌다.

BE&F는 수족관 자체보다 곧 개최될 ‘상어: 신화와 신비전(展)’이라는 이벤트에 초점을 맞췄다. 관람객들이 직접 상어를 만지고 먹이도 주는 독특한 전시였는데 BE&F는 이 독특한 경험을 옥외광고를 많이 사용하는 확장적인 매체전략을 사용해 전달하기로 했다. 비싼 TV 광고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버스와 택시 광고 그리고 옥외 빌보드 광고에 집중한 것. 매체는 평범했지만 메시지 포인트는 ‘가까움’, 즉 상어를 매우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다는 색다른 것이었다. 예컨대 버스 광고의 경우 좌석 창에 상어 사진이 들어간 스티커를 붙여 상어를 바로 곁에서 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택시의 상단에는 상어의 지느러미를 부착해 영화에서나 봄직한 상어의 유영을 거리에서 재현했다.

이 버스와 택시들은 인구가 밀집한 샌프란시스코 그레이터베이를 운행했고 출퇴근하는 학부모들이 타깃이 됐다. 라디오 광고도 병행했다. 라디오는 약하지만 넓은 지역을 담당하고, 옥외 광고는 강하지만 좁은 지역을 담당하는 식으로 매체계획이 구성된 것이다. 캠페인의 헤드라인은 ‘상어의 세계, 더 가까이 더 직접(The world of Shark, Up close and Personal)’이었다.

상업지역을 달리는 이 독특한 상어 광고와 넓은 지역을 담당하는 라디오의 조합은 매우 낮은 매체 노출빈도에도 불구하고 단시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구성된 1단계 캠페인의 클라이맥스는 평일 점심시간 10대의 상어 택시가 일렬로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마치 10마리의 상어가 헤엄쳐 다니듯이. 예상치 못한 도움도 있었는데 몇몇 지방 방송국에서 이 장면을 뉴스로 보도한 것이었다.

이듬해인 2005년에는 ‘새로운 대양의 모서리(New Ocean's edge)’라는 전시를 했다. 이 전시는 켈프라는 거대한 수중 식물 군락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바다생물을 보여주는 이벤트였다. BE&F는 포스터에만 주력하는 더 단순한 매체 전략을 구사했다. 특이한 점은 포스터의 크기였다. 해양생물을 직접 체험하는 광경을 담은 단순 포스터였는데 포스터 속 인물의 크기가 실제 인물의 서너 배가 될 정도로 컸다. 디자인은 어린 소년의 등 뒤로 커다란 문어의 발이 움직이는 장면 혹은 노신사의 머리 위에 불가사리가 얹어져 있는 정도였다.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은 바로 포스터라는 매체의 크기에 있었다.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커다란 포스터는 포스터 속 인물이 경험하고 있는 바다생물과의 만남을 더 생생하고 강하게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매체 자체가 메시지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사례다. 이런 일련의 캠페인 덕분에 행사 관람객은 2004년 첫 캠페인 이래 2006년까지 매년 15% 이상씩 늘었다.

한때 ‘광고는 물량’이라는 믿음이 강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앞선 사례를 굳이 들추지 않아도 이제 그렇게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매체와 디자인을 통합해서 바라보고 전략적으로 사고한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매체를 발굴할 수도, 저렴한 매체의 조합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타깃이 누구인지 정확히만 안다면.

지상현 교수 한성대 교수·미디어디자인콘텐츠학부 psyj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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