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때 기분따라 두는 편
조치훈 9단 가장 존경
다음 목표는 후지쓰배
日 세계대회서 분발해야”
최근 메이진전에서 우승하며 10년 만에 탄생한 대형 신인으로 일본 바둑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야마 유타 9단. 그는 “메이진전 우승자라는 명예에 걸맞게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 제공 일본기원
최근 메이진(名人)전에서 우승한 이야마 유타(井山裕太·20) 9단이 일본 바둑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일본 바둑계의 고민은 노령화와 세계대회 부진. 야마시타 게이고 9단(31), 하네 나오키 9단(33), 장쉬 9단(29) 등 정상급 기사들은 모두 30대 안팎이다. 일본은 2005년 장 9단이 LG배에서 우승한 이후 세계대회 정상을 밟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이야마 9단의 등장은 10년 만에 대형 신인의 탄생을 뜻하므로 일본 바둑계는 물론 한국과 중국 바둑계의 관심도 크다. 12세에 입단한 그는 최연소 메이진, 최연소 7대 기전 타이틀 보유자, 최연소 공식기전 우승, 최연소 9단 등 일본의 최연소 기록을 거의 모두 갈아 치워 더욱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도 좋은 바둑을 뒀는데 져서 의기소침하기도 했다. 장쉬 9단이 일본에서 가장 강하기 때문에 꼭 이기고 싶었다. 이번에 그를 극복해 다행이다.”
―장쉬 9단은 도전기가 끝난 뒤 “(이야마 9단은) ‘이 정도겠지’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를 많이 뒀다”고 칭찬했다. 자신의 기풍과 장단점을 말해 달라.
“치밀하게 작전을 짜는 스타일이 아니라 대국 당시 기분에 따라 둔다. 장점은(쑥스러운 듯 웃으며) 어려운 바둑에서도 꾹 참고 찬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며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이번 메이진전 도전기에서도 그랬다. 단점은 굉장히 많은데 특히 기분에 따라 두기 때문에 깊게 수읽기를 하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느 기사의 바둑을 가장 좋아하는가.
“조치훈 9단을 어릴 때부터 존경해왔다. 지금도 변치 않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배우고 싶다. 한국 기사 중에는 이창호 9단을 존경한다. 조치훈 이창호 9단은 전혀 결이 다른 바둑을 두지만 배울 점이 많다.”
―현재 구리 9단이나 이세돌 9단이 세계 최고라고 한다. 현 시점에서의 세계 1∼3위 기사를 꼽아본다면…. 그들과 비교하면 자신은 어느 정도의 실력이라고 보는가.
“역시 구리 9단이 첫째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이세돌 9단일 것이다. 톱 3에 이창호 9단도 들어갈 것이다. 이창호 9단과는 5월 LG배, 이세돌 9단과는 지난해 후지쓰배, 구리 9단과는 4년 전 아함동산배에서 뒀는데 모두 졌다.”
―동갑내기 기사 중 강동윤 9단이 올해 후지쓰배에서 우승했다. 한국과 중국 기사 중 누가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에선 강동윤 9단과 김지석 6단이다. 중국에선 16세 때 LG배에서 준우승한 천야오예 9단을 꼽을 수 있다. 그에겐 줄곧 지다 지난해 이겨 자신감이 생겼다.”
―일본 기사들이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못 내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일본 기전 우승 상금이 세계대회보다 많으니….(웃음) 세계대회 제한시간(3시간 이내)이 일본 기전(5∼8시간)보다 짧아 익숙지 않은 면도 있다. 그러나 실력의 문제가 가장 크다. 지금은 팬들이 국내기전보다 세계기전에서 성적을 내길 바라기 때문에 기사들도 세계대회에 신경을 쓰고 있다.”
―메이진전 다음 목표로 삼는 타이틀은 무엇인가. 세계대회에서 가장 탐나는 타이틀은 뭔가.
“타이틀은 뭐든 좋다.(웃음) 메이진도 굉장한 목표였다. 우선 일본에서 상금이 가장 많은 기세이(棋聖)전을 손에 넣고 싶다. 세계기전으로는 일본이 주최하는 후지쓰배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이야마 9단 인생에서 바둑이란 무엇인가.
“5세 때 바둑을 시작했다. 바둑이 없는 인생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바둑은 승부의 세계이므로 결과가 좋아야 하지만 바둑 자체가 점점 즐거워진다. 이처럼 몰두할 수 있는 것은 바둑밖에 없다.”
―현대 바둑 사상 역대 최강의 기사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역대 최강은 이창호 9단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에게 사인을 부탁하자 그는 ‘자연(自然)’을 쓰고 이름을 썼다. 치우치지 않고 자연스러운 바둑을 두고 싶다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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