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지오그래픽]‘용사마’가 제안한 2박3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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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정 ▽첫날: 서울∼중식(한방보쌈)∼장지방(경기 가평)∼석식(산나물정식)∼백담사 만해마을(인제) 숙박 ▽둘째 날: 강원 인제∼서지마을(서지초가뜰·중식)∼선교장(이상 강릉)∼동해안∼속초∼미시령∼백담사 템플스테이(숙식) ▽셋째 날: 백담사 템플스테이∼중식(황태정식)∼서울

“그것은 ‘절대 신뢰’의 한 표현이다. 왜냐하면 누군가의 족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란 유사 이래 성지순례 외에는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서 판매 개시 17시간 만에 예약이 만료됐다는 한 한국여행 상품 소식을 듣는 순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의 일부다. 그것은 일본인 대상 한국문화체험 전문 여행사인 키투코리아(www.key2korea.com)가 전화로 예약을 받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란 서울여행 패키지(2박 3일). 가격도 만만찮다. 일본 돈으로 14만8500엔, 우리 돈(10월 23일 기준)으로는 약 193만7925원이다. 하루 64만6000원꼴로 보통 상품의 2∼5배나 되는 고가다.

‘한국의…’는 한류스타 배용준이 직접 쓰고 촬영한 글과 사진을 그가 소유한 기업 키이스트가 한글과 일본어로 각각 펴낸 428쪽짜리 한국여행 안내서. 한글판 5만 부, 일본어판 6만 부를 인쇄해 판매하고 있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만 해도 이 책의 여행지를 찾는 투어패키지의 폭발적 인기를 배용준의 유명세로만 치부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생각을 바꿨다. 이 투어에 왜 일본 여성 팬들이 그토록 매료됐는지를 이해해서다. 그리고 일본 여성 팬에게 그 정도 지출은 아깝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도대체 이 여행상품의 ‘그만한 가치’는 과연 어디서 온 것일까. 그것은 배용준이라는 스타의 가치, 그것이었다. 그것은 그의 팬이 죽고 못사는 예의 그 ‘다정다감’과 ‘깊은 배려심’인데 여행지에 대한 감상기와 그가 만난 장인과의 대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그러다 보니 ‘후유 노 소나타’(드라마 ‘겨울연가’의 일본어 제목) 이후 그의 감성을 느낄 또 다른 통로를 찾지 못했던 일본 여성 팬이 책과 투어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지사. 용사마의 마음이 녹아 있는 책 속 여행지를 찾는 투어가 또 다른 형태의 후유노소나타 촬영지 찾기 여행으로 다가섰기 때문이다.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그가 만난 장인이 털어놓은 후일담을 통해 놀란 것이 하나 있다. 배용준이 보여준 놀라운 친화력이다. 그는 책 만들기 작업 도중 만난 모두와 가족이 된 듯했다. 그들도 배용준을 가족처럼 껴안았고. 대부분은 배용준과 일면식도 없었다. 하지만 함께한 짧은 시간, 그들은 한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신뢰는 평생을 바쳐 지켜온 장인의 삶의 가치와 열정을 존중하고 배우려는 배용준의 노력 덕분이었다.

가족애. 이것은 배용준이 후속 드라마나 영화도 별반 없이 큰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코드다. 일본의 여인, 특히 50, 60대 여성이 배용준에게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 이 질문에 ‘한국의…’ 책을 기획한 키이스트의 이자은 씨(사업개발팀)는 이렇게 답했다.

“그 세대 일본여성이라면 누구나 정말로 간절히 원하는, 하지만 일본사회에서는 무시되고 또 도저히 채워줄 수 없는, 아스라한 옛 추억의 아름다운 감성을 ‘후유 노 소나타’라는 드라마가 그리고 주인공 배용준 씨가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런 대답과 함께 그녀는 “드라마 이후에도 꺼지지 않는 그 인기의 핵심은 배용준 씨가 늘 팬들을 대할 때 보여준 ‘가족’이라는 따뜻한 감성”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용사마와 일본 여성 팬을 잇는 끈은 ‘가족의 유대감’이다. 키이스트의 분석대로라면 일본의 여성 팬도 역시 배용준을 가족처럼 대한다. 스타에 관한 정보를 유료 회원에게만 독점 제공하는 폐쇄적인 문화의 팬클럽을 두지 않고 불특정 다수의 팬에게 편안하게 다가서는 접근방식도 가족의 유대감을 중시하는 배용준의 선택이었다.

책 ‘한국의…’에 등장하는 장인과 명인 역시 그에게는 가족이었다. 그리고 이 책과 이 책 내용을 바탕으로 한 여행을 통해 한국과 일본, 두 나라도 새로운 가족의 유대감을 맛보게 되지 않을는지 기대된다. 36년 일제강점의 아픈 역사를 딛고 동북아의 맹주로서, 또 선린이웃으로 발돋움하려는 두 나라 사이에 비록 오래지는 않았지만 이런 가족적 유대감이 살아나기 시작했다면 분명 그것은 두 나라 미래에 커다란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아니 이 여행상품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지난주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한 장인의 작업실과 300년간 대대로 강릉에 살아온 한 종가를 찾아가 정이 듬뿍 담긴 가정식 요리를 맛보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을 취재했다. 이 여행 역시 곧 상품화되어 일본에서 판매될 예정인데 우리에게도 좋은 여행루트가 될 것 같아 소개한다.
한국의 전통 지키는 장인들을 찾아서…

배용준이 쓴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에는 청매실농원의 홍쌍리 여사(매실 명인) 등 11명의 장인이 등장한다. 책 기획자에게 물었다. 여행 책에 굳이 사람을 등장시킨 이유가 뭔지. 대답은 이랬다. 진정한 한국의 아름다움이란 우리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사람의 마음에 있기에….

여행상품도 같다. 그 장인을 찾아 떠난다. 3억 원어치나 팔렸다는 키투코리아의 첫 상품을 보자. 보자기 아티스트 이효재 씨가 주인공이다. 그녀의 집을 찾아가 담소한다. 그녀의 작품과 전통미 넘치는 집, 그녀를 통해 한국의 미를 살핀다. 그 다음에는 서울 가회동의 한옥마을을 산책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 들른다. 배용준이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소개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78호), 그가 반했다고 고백한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가 있는.

지난주 키투코리아가 준비 중인 두 번째 여행상품의 답사에 참가했다. 일본의 두 여행사 간부도 참석했다. 첫 기착지는 경기 가평의 한적한 마을. 한지(韓紙)장인 장용훈 옹(76·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6호 지장)이 세 아들과 더불어 3대째 전통한지를 만드는 ‘장지방’을 찾았다.

장 옹은 청력저하로 직접 대화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지통에 발을 담가 앞뒤 양옆으로 종이를 뜨는 물질만은 능란했다. 장 옹은 자신을 찾아온 배용준을 그때도 지금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한지에 매료돼 종이뜨기를 배우던 한 잘생긴 젊은이의 열의만은 기억했다. 장지방에는 널찍한 체험실이 있다. 그래서 누구든 서책 엮기와 지공예를 배울 수 있다.

이튿날은 강릉으로 향했다. 책에 등장한 서지마을을 찾아서다. 소나무와 대나무가 이룬 숲을 등지고 논가에 자리 잡은 300년 창녕 조씨 종가 댁이 있는 곳이다. 선교장과는 이웃이다. 이곳을 찾은 이유. 종부가 차려내는 전통밥상의 가정식 요리를 맛보기 위해서인데 한옥식당 ‘서지초가뜰’이 그곳이다.

식당은 본가와 서른 걸음 거리. 일행은 먼저 고옥의 사랑채로 향했다. 우리가 찾던 할머니는 볕든 툇마루의 사랑방에 계셨다. 배용준이 책에서 ‘평생 단 세 번만 외출했다’고 쓴 종부의 시어머니셨다. 이 댁은 팔순의 시어머니도, 육순의 종부도 모두 가마 타고 시집왔다. 음식은 며느리로부터 며느리로 대물림됐고 이제는 서지초가뜰에서 맛을 보인다.

“모밥은 이웃한 친척끼리 품앗이로 돌아가며 모내기할 때 점심에 내던 식사입니다.” 종부 최영간 씨(62)는 처음 모밥 내던 새색시 시절 당시 농군의 아름다운 두레풍속을 20여 분간 구수한 옛이야기로 풀어냈다. 모밥과 종가의 제사음식을 섞어 차린 이날 상은 대단했다. 씨종지떡에 꽃잎 올린 화전, 신선로에 생선(열기)구이, 가주인 송죽두견주까지…. 종가의 기품이 서린 훌륭한 음식상이었다.

첫날 숙소는 강원 인제의 백담사 만해마을. 작가의 집필공간으로 마련한 가족호텔 ‘문인의 집’이었다. 저녁 식사 장소는 산나물과 황태를 두루 맛보이는 토속 맛 집 ‘백담’. 식후에는 미녀 매지션 노병욱 씨의 마술쇼를 보고 장지방 한지로 만든 카드마술도 배웠다.

이번 여행의 백미는 템플스테이. 배용준의 책에는 오대산 월정사가 등장하지만 투어에서는 설악산 백담사를 찾는다. 지난겨울 배용준이 휴식 차 묵었던 곳으로 당시 느꼈던 평화로운 산사의 기억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다고 했다.

둘째 날 오후 일행이 도착하자 템플스테이 운영자인 비구니 진묵 스님이 반겼다. 첫 순서는 저녁공양. 일행은 널찍한 온돌방에 통나무를 파낸 구시통 함지박을 둘러싸고 앉았다. 그 안에 담긴 것은 나물비빔밥. 나무주걱으로 비빔밥을 퍼 각자 그릇에 담는다. 절집의 비빔밥은 ‘너와 나의 화합’을 상징한다는 스님 말씀. 템플스테이의 함지박 비빔밥은 한일 양국의 화합을 기원하는 의미로도 비쳤다.

식후에는 차훈(茶薰)명상이 이어졌다. 도자기에 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그룻에 얼굴을 묻고 머리를 수건으로 덮은 상태로 찻물의 수증기를 쐬며 20분간 의식의 흐름을 조절하는 명상법이다. 이튿날엔 새벽 3시 도량석의 목탁 소리를 듣고 일어나 사물의 울림을 필두로 시작된 산사의 새벽예불에 참석한다. 발우공양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는 백담사계곡의 숲길과 물가를 산책하며 나뭇잎 배도 띄웠다. 연꽃 만들기 체험도 인상적이다.

조성하 기자 summer@donga.com
●여행정보

◇체험여행지 ▽장지방 △주제: 전통한지 △체험: 서책 엮기, 지공예 △주소: 경기 가평군 청평면 상천1리 1671-1 △전화: 031-581-0457 ▽백담사 △주제: 산사 △체험: 템플스테이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690 △홈페이지: baekdamsa.org △전화: 033-462-5565, 5035

◇맛 집 ▽서지초가뜰 △특징: 창녕 조씨 종가의 전통음식을 계승 전수하기 위해 강릉시 농업기술센터가 지정한 전통 음식 1호점 △메뉴: 모밥,손님상, 진짓상, 큰상, 생일상, 명절상. 1만2000∼5만 원(1인당) △주소: 강원 강릉시 난곡동 264 △033-646-4430 ▽백담 △특징: 황태국이 포함된 산나물정식, 순두부 메뉴 및 황태 토종꿀 판매점.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2리 5반(백담사 삼거리) △전화: 033-462-5870 ▽바람도리가든(진부령 황태바다) △특징: 황태 전문식당 겸 판매점 △메뉴: 황태정식, 황태누룽지탕, 황태강정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3리 76 △홈페이지: hwangtaebada.com △전화: 033-462-7001, 010-4250-7001(예약 필수) ▽오성가든 △특징: 한방 보쌈 △주소: 경기 가평군 상면 행현리 363(아침고요수목원 근처) www.osgarden.net △전화: 031-585-5501

◇숙소 ▽백담사 만해마을(대표 신경림·주지 삼조) △특징: 만해 한용운 선생의 사상을 기리고 실천하기 위한 시설로 만해문학박물관, 가족호텔 등이 있다. △주소: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1136-5 △홈페이지: www.manhae.net △전화: 033-462-2213

◇키투코리아 ▽소개: 온라인여행사 로그인투어(www.logintour.co.kr)의 ㈜컬처테인먼트(대표 장준수)와 키이스트(회장 배용준·www.keyeast.co.kr)가 문화여행정보 유통계약에 따라 함께 설립한 인바운드 여행사.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홈페이지: www.key2korea.com △전화: 02-3668-9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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