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결사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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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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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형준 2단 ● 유창혁 9단
본선 5국 6보(90∼102) 덤 6집 반 각 3시간

백 90은 안형준 2단이 인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수. 참고도 백 1로 위에서 누르고 싶지만 흑 12까지 귀에서 알뜰하게 살면 백은 당장 실리 부족에 빠진다.

흑은 느긋하게 중앙으로 한걸음씩 달아난다. 흑으로선 좌변 백 집을 깨기만 하면 성공이다. 중앙 흑의 두터움이 흑의 활로를 여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흑 97은 유연하면서도 우상 백 대마의 생사를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 유창혁 9단의 전성기 때 이런 수가 자주 나왔다. 백 98로 대마를 보강했지만 100% 삶을 확보했다고 할 수 없다.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흑의 정조준 대상이 될 수 있다.

유 9단도 당장 대마의 삶을 추궁하지 않고 다른 곳을 두며 뜸을 들인다. 이럴수록 상대는 더 괴롭다. 언제든 칼을 뽑을 수 있다는 위협이 실제 칼로 베는 것보다 더 공포를 주는 것처럼. 백도 이판사판이다. 어디서든 화끈하게 붙어보고 안 되면 던지겠다는 자세다. 만약 흑의 실수가 있다면 역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백 102의 끼워 좌변 흑 두 점을 끊는 수가 승부수. 백은 결사항전의 자세다.

그러나 흑은 여전히 느긋하다. 흑 두 점이 끊기겠지만 좌변에서 따로 사는 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백의 희망은 여기서 스러지는 것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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