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58>爲命에 裨諶이 草創之하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30일 03시 00분


(鄭나라에서 외교 문서를 만들 때) 裨諶(비심)이 초안을 잡고, 世叔(세숙)이 검토하여 의견을 제시하며, 외교관 子羽(자우)가 문장을 꾸미고, 東里(동리) 사람 子産(자산)이 잘 다듬었다.

文件(문건)을 작성하려면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초안을 잡은 뒤 검토해서 의견을 제시하고, 그 내용을 문장으로 꾸미고서 마지막으로 다듬어야 한다. 각각의 단계를 草創(초창) 討論(토론) 脩飾(수식) 潤色(윤색)이라 한다. 공자는 ‘논어’의 ‘憲問(헌문)’에서 鄭(정)나라는 외교 문서를 작성할 때 네 단계를 거쳤으므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적었다고 언급했다.

爲命은 외국과의 교섭 때 전달하는 國書를 작성하는 일이다. 흔히 辭命을 작성하는 일로 풀이하지만 정약용은 辭와 命을 구분했다. 辭는 사신이 외국에 가서 專對(전대)하는 말이다. 裨諶은 정나라 대부로 이름은 皮(피)다. 교정청본은 비침으로 읽었다. 世叔은 대부 游吉(유길)로 文才(문재)가 있었다. 行人子羽는 사절단 일을 총괄하는 子羽로 대부 公孫揮(공손휘)를 가리킨다. 東里子産은 동리에 사는 子産으로, 대부 公孫僑(공손교)를 가리킨다. 草創은 대략 만드는 일로 草案 잡는 것을 뜻한다. 討論은 故事(고사)를 조사하고 典禮(전례)를 궁구하며 義理(의리)의 관점에서 바로잡는 일을 뜻한다. 脩飾은 添削(첨삭)해서 문건을 만드는 일, 潤色은 거기에 文彩(문채)를 더하는 일이다.

공자는 정나라의 국서 제작 과정을 거론하여 인재를 適材適所(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는 일의 중요성을 喚起(환기)시켰다. 우리는 인적 자원의 가치가 소중한 줄은 알지만 인재를 제대로 길러낼 교육 방법과 그들을 공정하게 발굴할 선발 제도를 확립하지는 못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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