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마에스트로 90여명의 삶 그들을 통해 인간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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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3시 00분


◇지휘의 거장들/볼프강 슈라이버 지음·홍은정 옮김/576쪽·2만2000원·을유문화사

“지휘자에게서는 인간의 모든 특성이 발견된다. 독보적인 지위 때문에 그의 인격은 전면에 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음악의 건축가나 마술사일 수도 있고, 완벽주의자나 향락가일 수도 있다.”

19세기 후반의 한스 폰 뷜로부터 오늘날까지 90명이 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성장 과정과 음악적 특징, 일화들을 소개했다. 대상이 많은 데도 건성건성 훑고 지나갔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지나치게 건조하지도, 열정적이지도 않게 전기적 사실과 주관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푸르트벵글러나 카라얀의 나치 영합 논란, 토스카니니와 말러의 갈등 등도 상반되는 주장들을 잘 아우르려 애썼다. “연습장 문을 열고 들어서기만 해도 소리가 달라졌다”는 식의 신비주의적인 증언은 넣지 않았다. 반면 지휘자들의 음악적 개성을 평가하는 데는 지나치게 조심했다는 느낌도 든다. 유진 오르먼디를 소개하면서 저자의 평가 대신 ‘그를 최고의 지휘자로 꼽는 데는 묘한 망설임이 있다’는 평론가 해럴드 숀버그의 모호한 말을 인용하고 마무리하는 식이다.

많은 지휘자를 지역적 시대적 특징에 따라 33개의 장으로 묶었지만 검색이 편하지 않다. 사전적 배열 방법을 택하는 것이 독자로서는 편했을 수 있을 듯하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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