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한국혼에 보낸 세계무대의 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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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지난달 30일 밤 덴마크 뉴코펜하겐 콘서트센터에서 열린 ‘들소리’의 워멕스(WOMEX) 공식 쇼케이스 공연 모습. 코펜하겐=손택균 기자
지난달 30일 밤 덴마크 뉴코펜하겐 콘서트센터에서 열린 ‘들소리’의 워멕스(WOMEX) 공식 쇼케이스 공연 모습. 코펜하겐=손택균 기자
한국음악이 처음으로 워멕스(WOMEX·월드뮤직엑스포) 공식 쇼케이스 무대에 오르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반 덴마크 뉴코펜하겐 콘서트센터. 공연 시작을 45분 앞둔 퓨전국악그룹 ‘들소리’의 단원 7명과 문갑현 대표의 얼굴은 초조해 보였다.

악기 배치를 마친 뒤 사운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행사진행 팀이 음향 조정기기를 건드리지도 못하게 한 것이다. 단원들은 악기 각각의 울림이 객석에 잘 전해지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불안한 마음을 안고 연주를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음향 오류가 발생했다. 보컬 세 사람 중 한 명의 마이크는 공연 중반을 넘기고 나서야 볼륨이 올려졌다. 키보드 소리는 끝내 들리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한국 음악에 대한 행사 주최 측의 배려에는 분명 부족함이 적잖았다.

하지만 들소리가 45분 동안 쉼 없이 뿜어낸 음악의 열기는 기술적 결함을 넉넉히 뒤덮고도 남았다. 누구도 예상 못했던 1600여 명 관객의 기립박수와 앙코르 요청. 각국 월드뮤직 공연과 음반 기획자들은 “도대체 이 음악을 뭐라고 부르느냐”며 감탄을 쏟아냈다. 워멕스는 음악을 사고파는 국제시장이다. 관객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상업성’을 기준으로 공연의 성패를 판단한다. 다음 날 종일 북적인 뮤직마켓 들소리 안내부스의 모습은 그들의 환성이 인사치레가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이날 하루 동안 방문공연을 요청해온 나라만 미국 스페인 중국 브라질 등 21개국. 영국 네덜란드 등 5개국의 음반사는 음반 제작을 제안했다.

공연을 지켜본 워멕스 창립자 벤 만델슨 디렉터는 “들소리의 성공은 전통음악과 서구음악을 혼합하는 형식적 실험에 앞서 ‘한국적 음악 혼’의 오묘함을 드러내는 본질적 노력에 몰두했기 때문”이라며 “한국적 정취가 물씬 나는 음악을 세계무대에 들고 나오는 데 머뭇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생경함을 덜기 위해 약간의 퓨전은 필요하지만, 결국 듣는 이의 마음에 호소하는 열쇠는 음악이 전하는 진정성의 무게와 깊이라는 얘기였다.

코펜하겐=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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